건강칼럼-만성콩팥병
건강칼럼-만성콩팥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14 16: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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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섭/경상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조현섭/경상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만성콩팥병

60세 남자가 숨이 차서 응급실을 방문했다. 폐부종 소견과 함께 신장기능이 많이 감소해 있어 신장내과로 입원하였는데, 알고보니 당뇨로 20년 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었고, 고혈압약도 같이 복용중이었다. 개인의원에서 혈액검사를 권하였으나 거부하여 20년 동안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었고 건강검진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입원하여 시행한 초음파에서 두 개의 콩팥 모두 크기가 줄어 있어 만성콩팥병 5기로 진단되었다.

만성콩팥병이란 신장의 구조나 기능의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하며, 주요 원인질환으로는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이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의 증가와 함께 만성콩팥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변검사나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데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환자처럼 구역감, 식욕부진, 피로감, 호흡곤란 등의 요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병기로 발견되기도 한다.

기본적인 치료로는 만성콩팥병의 원인 질환을 잘 조절해야 한다. 혈당 조절과 혈압 조절이 중요한데, 특히 자가 혈압을 측정하여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고혈압이 있는 분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시행하시고, 특히 당뇨의 경우 진단받을 때부터 소변검사를 통해 알부민뇨 동반 유무를 확인하고, 안저 검사를 시행하여 당뇨합병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콩팥기능은 보통 혈액검사 중 크레아티닌이라는 검사로 평가를 하여 사구체여과율을 계산할 수 있는데, 병원 진료 중 검사를 하게 된다면 검사 결과를 기억하시기 바란다. 크레아티닌 값을 알고 있다면 새로운 약제를 처방받을 때 담당 의사에게 미리 알려 주고 콩팥으로 약물이 배설되는 경우 콩팥기능에 따라 약제 용량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과용량처방에 의한 부작용을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며, 급성 신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소염진통제나 CT 조영제와 같은 신독성 약제에 대한 노출을 피하여 신기능 보존에 도움이 된다.

만성콩팥병은 같은 진단명이라고 하여도 병기가 1-5기까지 범위가 넓고 원인질환도 다양하여 똑같은 치료와 똑같은 식이요법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일부 사구체신염에 의한 만성콩팥병의 경우 혈압이 안정적이고, 단백뇨가 없으며 빈혈을 포함한 합병증이 없다면 약제 사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당뇨가 원인인 경우는 다른 원인의 만성콩팥병보다 몸이 붓는 경우가 좀 더 흔하여 이뇨제 사용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뇨제 사용이 혈압 조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염, 저단백식이가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 단백 섭취를 줄이면 근육과 체중이 감소하고 영양 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 콩팥 상태에 따라 수분 섭취 정도도 달라지는데 수분제한의 경우 탈수로 콩팥기능이 더 나빠질 수 있으며, 과한 수분섭취의 경우 저나트륨혈증으로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진행된 만성콩팥병에서는 많은 채소나 과일의 섭취, 고혈압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안지오텐진수용체 차단제가 고칼륨혈증을 가져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지만, 초기 만성콩팥병에서는 전해질 이상이 흔하지 않기에 상담을 통해 적절한 채소와 과일 섭취도 가능하다.

사구체여과율 분당 30ml 이하의 만성콩팥병 4기부터는 콩팥기능이 더 악화되었을 때 시행할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에 대한 장단점을 미리 교육받게 된다. 투석방식에 대해 교육을 반복하면 생존율 개선, 응급 투석 감소, 의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어, 경상대학교병원에서도 만성콩팥병교육실을 통해 투석 전 환자에게 의사, 간호사, 영양사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생활 패턴, 건강 상태에 따라 투석 방법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병기가 진행하여 투석 시작이 필요할때면 평생 투석을 해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투석을 거부하여 적절한 투석 시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만성콩팥병에 걸렸다고 해서 불치병이라 생각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조기 치료와 원인 질환 관리로 만성콩팥병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적절한 신대체요법을 시행한다면 요독증세가 좋아져 투석과 일을 병행할 수도,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유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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