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황금빛 억새초원으로 떠나자
늦가을 황금빛 억새초원으로 떠나자
  • 장금성기자
  • 승인 2019.11.14 18:2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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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화왕산·재약산 등 경남 억새산행 인기
▲ 황매산 억새 지리산 풍경 파노라마(사진/산청군)

청명한 가을하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뒤 아침저녁으로 제법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온다.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 지금, 산을 붉게 물들였던 홍단풍조차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단풍철은 끝나가지만 억새는 새하얀 꽃을 떠받치던 푸른 잎이 이삭과 함께 노랗게 물들어 황금빛으로 넘실거린다.


경남지역에는 산청-합천 황매산과 창녕 화왕산, 밀양 재약산 등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억새군락지가 골고루 퍼져있다. 자신의 지역과 가까운 늦가을 억새산행을 떠나보자.

산청·합천 황매산 = 산청과 합천 사이에 위치한 황매산(黃梅山·1113m)은 봄에 고산철쭉으로도 유명하며 가을 억새의 풍취도 그에 못지않다. 산 중턱인 해발 800m 고지에 조성된 주차장까지 차량진입이 가능해 어린아이는 물론 노약자들도 쉽게 올라 수 있어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가족나들이 하기 좋은 곳이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전체적으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데 능선을 따라 술렁이는 억새사이로 걷는 것만으로도 한편의 영화를 연출한다. 실제로 영화 ‘안시성’,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다. 고려 시대 호국 선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행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황매산은 소백산맥에 속하는 고봉으로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며 황매봉을 중심으로 동남쪽으로 뻗은 기암절벽이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모산재(767m)의 바위산이 절경이다. 북쪽 비탈면에서는 황강(黃江)의 지류들이, 동쪽 비탈면에서는 사정천(射亭川)이 발원한다. 정상에서 보면 합천호반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밀양 재약산 사자평 억새(사진/밀양시)
밀양 재약산 사자평 억새(사진/밀양시)

밀양 재약산 사자평= 밀양의 천년고찰 표충사 뒤에 우뚝 솟은 재약산(載藥山·1018m)은 사자평 억새와 습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명산이다.

천황산, 가지산, 운문산과 함께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재약산은 가을이 되면 억새가 만발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억새 관광지로서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광평추파(廣坪秋波)로도 불렸다. 억새밭 너머로는 멀리 영남알프스의 우람한 산세가 시야에 들어 온다.

억새군락지가 참나무 등 잡관목의 침입과 관광객의 훼손 등으로 볼품없어지며 명성에 금이 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리와 복원사업으로 옛 명성을 되찾았다. 또한 새롭게 전망대와 초가지붕 형태 쉼터를 만들어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산행기점은 표충사 앞 주차장이다. 진입로의 수백년된 노송숲이 일품인 표충사(지방기념물 제17호)는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불심이 배어있는 호국사찰, 대광전 삼층석탑3백년된 향나무, 사명대사의 유물 등 진귀한 볼거리가 많다. 표충사 못미처에서 오른쪽으로 뚫린 계곡이 옥류동천이다. 오솔길을 따라 2㎞ 거리에 홍룡폭포가 있고 1.8㎞를 더 오르면 20m쯤의 폭포 2개가 연이은 층층(칭칭)폭포가 있다.

의령 한우산 억새원 = 의령군 한우산(寒雨山·836m) 설화원에 위치한 억새원도 가볼만 하다. 산 정상 부근 생태숲 주차장이 조성돼 있고 데크로드를 따라 조성된 억새군락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한우산은 산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며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어 곳곳에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절승이 즐비하다. 한우동 골짜기를 사시사철 맑은 물이 굽이치고 흘러서 곳곳에 폭포를 만들어 일대장관을 이루고 있어 천하의 절경이다.

영화 이광모 감독, 안성기·송옥숙 주연의 ‘아름다운 시절’에서 한우산을 내려오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다.

한우산 설화원 탐방안내도를 따라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사랑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산 정상에서 산마루를 따라 일렬로 조성된 풍력발전기도 장관이다.

창녕 화왕산 억새(사진/창녕군)
창녕 화왕산 억새(사진/창녕군)

창녕 화왕산 억새초원 = 창녕군에 위치한 화왕산(火旺山·758m)은 화왕산은 오래전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산으로 용지(龍池)를 비롯해 3개의 분화구가 남아있고 정상부에는 사적 제64호로 지정된 화왕산성(火王山城·사적64호)이 있으며 산성 안쪽은 약 18.5ha 광활한 억새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가야시대 때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왕산성은 창녕 뿐만 아니라 영산, 현풍을 포용하는 성이라는 점에서 군사 요충지였으며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의 활동무대였던 호국영산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창녕조씨 시조가 여기서 탄생했다는 득성비가 있다.

산행기점은 창녕여중 및 옥천리 매표소 2곳이다. 가을의 억새 산행은 창녕여중-도성암-화왕산-창녕여중으로 잡는 것이 좋다.

창녕여중입구 산행기점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30여분쯤 오르면 계곡 건너편에 도성암이란 작은 암자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돼 30여분을 더 오르면 가파른 길로 변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환장고개는 숨이 환장할 정도로 가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깔딱고개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부르던 엄청 힘들다는 뜻은 같다. 어째든 이 길을 지나서야 마침내 광활한 억새초원에 다다를 수 있다. 장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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