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위기 초래할 주한미군 감축 막아야
시론-경제위기 초래할 주한미군 감축 막아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0 14: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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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경제위기 초래할 주한미군 감축·철수 막아야

얼마전 용산 미군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곳곳에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혀있고 텅 빈 건물들이 을씨년스럽다.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자연인가 폐허인가. 문재인정부는 주한미군 기지를 빨리 빼라고 독촉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4배 인상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도대체 주한미군은 어디로 가고 있나.

미국은 냉전 종식, 특히 9‧11테러 이후에 해외주둔태세를 검토(GPR)해왔다. 군사기술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고비용 저효율의 ‘상시주둔형’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있는 신속배치의 자유로운 ‘출입형’군대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 핵심은 ‘허브-기지-거점-지역’의 4단계 분류이다. ①전력투사중추(power projection hubs)는 대규모 병력·장비를 전개할 수 있는 중추기지이다. ②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ng bases)는 지휘통제시설을 갖추고 대규모 병력이 장기 주둔하는 상설기지이다. ③전방작전거점(forward operating sites)은 유사시 증원에 대비하여 중소규모의 병력이 상주하는 시설이다. ④안보협력지역(cooperative security locations)은 소규모 연락요원과 훈련장 시설만을 유지한다.

과거 한국은 ‘인계철선’ 개념이 말하듯 미군의 생명을 담보로 자동개입하는 최전방기지였으나, 새로운 개념에 따르면 평택으로 이전하고 2단계가 되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은 2.5 내지 3단계까지 축소하고, 반면에 일본은 1.5단계 이상으로 격상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정부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미래에도 미국이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 판단이다. 현재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모두 4성장군 사령부를 유지하고 있다. 엄청 고비용이다. 이를 조정하려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와 한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47명의 국회의원은 “갈 테면 가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에 주둔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매우 영리하다. 주한미군 감축과 주일미군 증강을 계산한 것이다. 주한미군 협상은 금년말까지, 주일미군은 2021년 3월까지이다. 미국이 일본에 기존의 4배인 80억 달러를 요구했다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문제는 목전에 닥친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에게 왜 미국이 ‘아주 위험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느냐며 주둔을 원하면 돈을 더 내라 한다. 한국이 받으면 유지하고, 아니면 한국을 핑계로 감축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는 일본에게 고스란히 압력이 된다. 주일미군을 더 증강해도 일본은 훨씬 더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규모도 분담금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미국이 방위공약을 유지하고 유사시 신속배치를 거듭 약속한다 해도, 주한미군 감축은 국방력 감소와 국가안보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 경제에도 치명타가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로 휘청거리고 있다. 더구나 내년도 초수퍼 예산 등 재정 포퓰리즘으로 국가부채와 국민의 세금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둔 문재인정부가 주둔비용을 증액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거나 줄이지 않을 것이라 구태의연하게 믿고만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 감축으로 귀결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된다. 작금의 상황을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전적으로 우리 외교의 실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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