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베트남 선원들의 ‘코리안 드림’
화마가 앗아간 베트남 선원들의 ‘코리안 드림’
  • 김병록기자
  • 승인 2019.11.20 17:5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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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대부분 가족에 송금하며 1주일 10만원으로 악착같이 버텨
4년 10개월짜리 선원비자 입국…비좁은 배 위서 쪽잠 자며 조업
▲ 19일 밤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화재사고가 난 대성호(29t·통영선적)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 해상에서 불이 나 1명 사망·11명 실종 상태인 통영 선적 대성호의 승선원 중 6명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베트남인이다.


이들은 24세~45세로, 10일가량 이어지는 조업을 거뜬히 해온 건장한 남성들이다.

선원취업(E-10)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온 이들은 최장 4년 10개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며 근무할 수 있다.

이들 중 절반은 2015년에 입국해 4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이었으나 체류 기간 한계 때문에 이르면 내년 3월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귀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3~6개월 뒤 동일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서 다시 일할 수 있지만, 재발급 기회는 한 번뿐이다.

김종준 경남해상산업노조 정책부장은 20일 “외국인 노동자들은 4년 10개월씩 2번 근무하면 그 뒤로는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다”며 “딱 10년 동안 이룬 ‘코리안 드림’으로 본국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선원 일을 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한 달에 200만~30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이들은 일주일에 10만원 안팎의 최소 용돈만 남기고 번 돈 대부분을 고국 가족에게 보낸다.

베트남에서 한국 돈 150만원은 제법 큰 돈이다 보니 가족과 떨어져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현지 노동자들이 많다.

선원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육지에서보다 배 위에서 불편한 쪽잠을 잘 때가 훨씬 많다.

대성호와 같은 근해연승어선은 보통 1달에 2번 정도 출항하며 10일가량 조업을 한 뒤 육지로 돌아온다.

육지로 돌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선주가 제공한 여관이나 모텔에서 며칠 머물다 다시 배에 오른다.

대성호에서 근무한 베트남인 선원 모두가 주소지를 선주 A(62)씨의 집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통영에 있는 A씨의 집에서 함께 생활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문기 통영근해연승선주협회 회장은 “외국인 선원들의 숙소는 선주가 마련하는데, 육지에서 지내는 기간이 한 달에 며칠 안 되기 때문에 주소지를 선주의 집으로 해두고 여관이나 모텔에서 재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육지에 있는 동안 적으면 2명에서 많으면 6명까지 방 한 칸을 나눠 쓰면서 자유롭게 지내곤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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