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국당
강남훈 칼럼-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국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1 14: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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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국당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 3선)이 지난 1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불출마 선언은 보좌진에게도 디데이(D-day)가 임박해서야 알리는 등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부친(故 김진재 의원)의 후광으로 18대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그는 제20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했다. 젊은 나이(35세)에 초선의원이 된 그는 3선의 중진의원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40대 중반이다. 당내에서 그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사람도 없었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까지 맡을 정도로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도 중용됐다. 부친 때부터 다져온 지역구가 워낙 탄탄해 4선 고지는 무난히 밟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불출마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들을 내어 놓았지만, 40대 3선 중진의원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는 평가다. 특히 그가 불출마 선언문에서 밝힌 한국당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나라를 걱정하고 보수야당의 앞날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한국당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두 분이 앞장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한다”며 의원총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조국사퇴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민주당과의 지지율)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다”며 “한마디로 버림받은 거다. 비 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 급 1위다. 감수성, 공감능력, 소통능력도 없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초·재선들의 ‘중진용퇴’에 대해서도 “서로 손가락질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 않는다”며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을 완전히 해체해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정신과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고언(苦言)을 작심하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불출마 선언문은 이번 주 내내 한국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더욱이 영남권 중진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김 의원이 한 일은 함께 먹던 우물에 침을 뱉은 것”, “좀비 이야기는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집이 99칸이던 시절 불을 지르고 떠났다가 겨우 3칸을 다시 지었더니 돌아와 방화했다”, “해당(害黨)행위다”, “몽상 같은 얘기로 현실성이 없다”, “전원 불출마로 소 키울 사람이 사라지면 누구에게 유리하겠느냐”, “본인이 해체하라고 한다고 해체될 정당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제안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해)유지하겠다고 했던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도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총선에서 패배하면 물러나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당 의원(주로 친박, 영남중진)들이 쏟아낸 반응을 보면,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린 정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사퇴’를 거치면서 이대로만 가면 ‘내년 총선 압승’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가 하면, 쇄신과 변화를 외면한 채 때만 되면 막말과 기득권 지키기만 골몰하는 꼬락서니는 차마 눈뜨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오로지 (자기)공천 받을 궁리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에서 ‘대통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야당 복(福)은 타고났다’고 하겠는가. 보수의 핵심가치는 희생과 헌신, 그리고 책임이다. 40대 팔팔한 젊은 중진의원이 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구하며, 먼저 희생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를 비웃고 우롱하고 있는 것이 한국당의 현주소다. 정신 못 차린 이 당에 과연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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