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유경제시대 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시론-공유경제시대 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4 15: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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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공유경제시대 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유경제(共有經濟)가 화두다. 공유경제란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 등을 소유하지 않고 함께 나눠 쓰는 개념으로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Lawerence Lessig) 교수가 도입하였다. 소유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사용자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필요한 기간만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빌린다는 개념 때문에 기존의 대여업과 혼동이 있을 수 있지만 대여업은 자신들이 소유한 물품을 빌려주며 이익을 취하는 반면 공유경제는 불특정다수의 일반인이 소유한 유형·무형의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여업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면 전 세계에 2800여개의 호텔체인을 가지고 있는 힐튼그룹은 자신들이 소유한 호텔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통해서 이익을 추구하지만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는 모르는 사람의 집, 남는 방, 휴가 떠난 사람들의 빈집 등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공유서비스를 통하여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 단 한 개의 호텔도 소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90여 국가, 3만4천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으며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 이상으로 우버(Uber)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본인도 아직 집을 소유하지 않고 빈집을 옮겨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유라는 개념은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라는 말속에는 공유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나눠쓰자는‘아나바다’운동도 공유경제의 한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공유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표적인 차량공유업체인 ‘우버’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서비스로 지정되어 아예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있고 성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타다’서비스의 경우 기존 사업자의 이익감소에 따른 마찰과 저항, 관련 법 미비로 인해 도입은 되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경우 불특정 다수 개인들의 비대면 거래에 따른 위험요소가 있는데 수요자는 서비스의 질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고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사용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직은 제도적인 기반이 미비하여 거래위험에 따른 보험처리나 법적인 보호가 어려운 점 등 활성화에 따른 장애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들은 10년 뒤 공유경제의 가치가 현재의 20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공유경제는 피해갈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쏘카’의 경우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를 제공해 차가 필요할 때 근처의 공유차량을 10분 단위로 사용할 수 있고 ‘라이클’은 자전거 공유서비스로 다양한 사양의 자전거를 하루 평균 2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열린옷장’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정장, 구두, 넥타이 등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아용품이나 가전제품을 공유하고, 소규모 회사들의 창업비용 절감을 위한 사무공간공유 서비스도 있으며 주방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생기고 있다.

그럼 대학은 공유경제시대를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언뜻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대학이 시대의 흐름에 앞서가지는 못할지언정 뒤쳐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 은근한 압박내지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대학이 가진 자원은 사람과 공간이다. 인적자원인 사람을 공유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K-MOOC(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한국형온라인공개강좌로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만 들을 수 있는 전문 강의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수강을 하고 있고 일부 고등학생들도 진로결정 사전탐색을 위해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가 소속된 학생들만을 위한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을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결국은 대학이 실천하는 인적지식공유의 한 형태가 될 것이다.

대학이 가진 공간도 다양한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창업보육센터는 대학의 공간제공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창업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강당, 회의실 등도 지역민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체육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대학 내에 체육관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시설이지만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개방할 계획이다. 낮 시간에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아침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주민들이 배드민턴, 탁구, 스쿼시 등을 즐길 수 있는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공유경제시대 새로운 선도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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