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는 살아있다
아침을 열며-골프는 살아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4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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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는 살아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아직은 골프의 계절임엔 틀림없다. 왜냐하면 연습장에도 골프장에도 넘쳐나는 사람으로 오전 11시~ 12시 정도의 황금 시간대의 티업(운동 시작 시간)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고, 겨우 잡았어도 같이 갈 수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하면 이미 골프로 선약이 있다는 답변이 자주 오기 때문이다. 결국 필자(筆者) 뿐만 아니라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깊어가는 가을을 골프 라운드로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흔히 ‘골프에는 왕도(王道 : 定石的, 正統的)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 말을 좀 고민해보면 그만큼 골프는 어렵다, 골프 스윙은 변한다, 골프는 My way가 필요하다, 골프는 혹은 골프 레슨은 Case by case(개별적)다는 식으로 확대 및 재해석되어 골프 입문자(入門者)들에게 더욱 혼란을 야기한다. 특히, 입문자보다 중상급자(中上級子)에게는 더욱 가슴에 와 닿아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싱글(골프 타수가 79타 내외) 수준 정도의 중상급자의 반열(班列)에서 보면 위에 열거된 표현들을 충분히 공감하며 더 나아가 ‘골프는 살아있다’라고 외치고 싶다. 골프공(ball)도 살아있고, 골프 스윙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힘을 빼고 살살 다뤄야 공이 잘 맞아준다고 교습가들의 충고 아닌 충고를 많이 듣게 된다.

특히, 골프 스윙도 살아있어서 ‘하루 연습을 게을리 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게을리 하면 동반자가 알고, 사흘 게을리 하면 전 세계가 안다’고 했을까! 이래서 우리는 1타라도 줄이기 위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에 나가서 애꿎은 공만 죽어라하고 때리고 있다. 공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하는 심정이다. 결국은 공은 살아있고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어느 날 발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팔이 아파서 더 이상 골프를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골프를 어떻게 접근하면 진실로 원하는 1타를 줄일 수가 있을까?

그것은 살아있는 골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대하면 되지 싶다. 살아있다고 믿는 골프공은 살아있으니 살아있는 그대로 생물(生物)이라고 인식하고 살살, 부드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다루어주면 골프공은 여간해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반대로 ‘골프공 너 죽어봐’라고 때려대고 있으면 골프공도 화가 나서 자신을 치기 위해 덤벼드는 골프채를 피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골프채(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 등)를 피하고 싶은 골프공이 우리가 원하는 자리로 잘 날아갈 리 없지 않겠는가?

특히, 골프공은 자신의 힘만 믿고 만용(蠻勇)스럽고, 무턱대고, 무식하게 날뛰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골프채를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반면에 자신의 힘을 잘 알고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경우는 골프채를 정면(sweet spot : 공을 치기에 가장 알맞은 곳)으로 받아들여 본인이 원하는 가장 좋은 자리로 날아가 적당하게 정지해 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골프라는 운동이 가장 힘센 천하장사를 가리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골프공은 맞추려고 애를 쓸수록 잘 맞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골프공의 임팩트(impact : 공이 채에 맞는 것)는 우리가 휘둘러대는 스윙의 궤도(軌道) 속에 있다가 우연히 맞아서 나가는 것이 최상의 스윙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골프공을 잘 맞추려면 2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살아있는 골프공을 아프지 않게 부드럽게 살살 대해야 한다. 둘째, 꾸준한 연습량으로 휘두르는 스윙 궤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골프에서 그토록 원하는 1타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더 필요함을 인식하고 연습장에서 습득되고 체득(體得)된 것을 현장(golf round : 실제 골프 경기)에서 경험해야 진정으로 그 목표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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