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새벽 별
진주성-새벽 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5 16: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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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새벽 별

이른 아침 눈을 떠 두꺼운 옷을 갈아입고 집 밖을 나섰다.

밤이 길어서일까 여름이었다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6시인데 겨울이라 짙은 어둠에 초롱 초롱 메달려 있는 새벽별을 볼 수 있는 눈의 호사를 즐겼다.

종종 걸음마다 부스럭 걸리는 낙엽 소리를 듣고 살포시 피부로 파고 드는 추운 바람도 싫지 않다.

새벽별 보는 재미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해야 제 맛이 나는가 보다.

커피산지의 생산 기술이 발전하고 고객은 더 좋은 커피를 원하다보니 커피의 맛도 점점 다양해지고 폭 넓어 예전의 커피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라 더 좋은 것과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옛것에 대한 기억이 차츰 잊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10년 전 진하게 마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감동적인 커피 향과 맛을 찾기 위해 매번 로스팅 방법을 바꾸고 많은 업체의 커피를 사보았는데 번번이 실패를 했었다.

며칠전 새로 들여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체레 (Yirgacheffe Kochere Chelelektu)를 로스팅 끝내놓고 아침 찬 공기와 함께 진하게 내려 마셔 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오~’ 하고 감탄을 하면서 옛 10년에 감동 있게 마신 그 맛을 그대로 입에서 전해져 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욱이 더운 여름날에 마셨더라면 맛이 덜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겨울답지 않은 선선한 아침바람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궁합이 참 좋다’라고 스스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혀가 가장 잘 느끼는 온도가 있다면 음식이나 음료가 가장 잘 느끼는 살결의 온도도 있는 것 같다.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여름날 친구 서너 명이 둘러 앉아 마시면 맛있을 것 같고, 사케는 차게 마셔도 좋지만 한잔만 마신다면 따뜻하게 데워서 따뜻한 화롯가에 딱 두 명만 앉아 잔잔한 대화와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입김이 나오는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고 하면 군고구마 향과 과일의 신맛이 살짝 느껴지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체레 커피를 모닝커피로 마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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