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작가 공지영
아침을 열며-작가 공지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6 16: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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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작가 공지영

공지영 작가님은 참 열정적인 사람이다. 가까이서 한번, 멀리서 두어 번 면식이 있으니 분명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녀가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건 확신한다. 또 그녀는 순진무구한 데가 있다. 순진무구함은 나이와 상관있다기보다는 맑은 영혼과 더 밀접하게 관계한다. 열정과 순진무구함은 언제나 함께 간다. 또한 그 둘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특히 예인들에게는 자연적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니 그녀의 그 둘을 관찰해야겠다.

그녀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트위터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녀의 열정과 순진무구함을 관찰하는 데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우선 말을 함에 있어 복선 없이 바로 들이대는 직설형이다. 옳은 일엔 열렬히 환영하고 응원해준다. 그러나 나쁘고 옳지 않은 불의에는 온 몸을 던져 저항한다. 너무 못된 불의를 본 날은 분노를 참지 못해 밤늦도록 혼술을 하다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 그래도 또 일어나 또 저항한다.

불의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기 때문에 문제다. 그녀의 작품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국가폭력에 무너진 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20여 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돌아온 주인공이 미닫이문을 열고 닫는 걸 잊어버려 화장실을 못 가거나 밥상보를 열 수 없어 하루 종일 굶는 걸 보며 그녀는 깊은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녀 작품마다 그런 인간애를 녹여낸다. 특히 소외받는 약자에 대한 애정은 참으로 각별하다.

작가로서 순진무구함의 마음으로 대상을 보면서 함께 아픔을 느끼는 동고의 정 없이는 약자에 대한 애정은 불가능하다. 작가가 아니라도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한두 번쯤이야 이타적인 척 할 수 있다. 꽤 오래 위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선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녀는 진국이다. 그녀의 열정과 순진무구함이 그녀의 일생을 관통할 것을 확신한다. 여기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 나는 나의 전 재산을 그 내기에 망설임 없이 걸겠다.

그녀는 이어지는 검찰개혁 서초동집회를 열렬하게 응원한다. 과도한 수사로 한 가정을 파탄내는 검찰이 불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집회자들을 더 격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주말마다 집회장 주변에서 자신의 저서 중에서 좋은 작품들을 골라서 사인을 해서 나누어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트윗으로 올바름을 격려한다. 트윗으로 알게된 억울한 사연엔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도우려고 애쓴다.

누군가 불의로 사람들을 호도하거나 속이면 여지없이 나서서 꾸짖는다. 상대가 아무리 권력이 센 사람이건 유명한 사람이건 옳지 못하면 씩씩하고 당당히 비판한다. 그녀 자신에게 불이익이 와도 개의치 않는다. 마치 ‘못된 놈들아, 해볼 테면 해봐라. 나는 정의와 정의로운 사람 편이고 우리가 이길 테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보유해서 참 행복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감기가 덜 나았다고 했는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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