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국 안보를 ‘직접 침해’한 지소미아 사태
시론-미국 안보를 ‘직접 침해’한 지소미아 사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7 16:06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미국 안보를 ‘직접 침해’한 지소미아 사태

청와대가 한일 지소미아 파기와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중단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 정부때 체결한 한일 지소미아를 처음부터 싫어했다. 2017년 11월 4일 한미일 뉴욕 정상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일본은 동맹국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본과 동맹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미국을 배려하지 않은 비외교적 발언이었다. 한일관계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늘 나빴지만, 특히 작년 10월말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을 최종 판결하자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이를 우려하는 공식 의견을 표명했다. 미 의회도 2월 12일 한미일 3국 연대를 강조·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고 의결(4월 16일 상원, 9월 24일 하원)했다.

일본이 7월 1일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자마자 정부는 지소미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8월 22일 한국이 급기야 3개월 후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자, 미국 정부는 불만을 표출하며 파기 취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한국도 외교차관이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그리고 11월 19일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기정사실화하고, 강경화 외교장관도 21일 국회에 출석하여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러자 급기야 미 상원까지 나서 21일 지소미아 관련 결의안을 긴급 발의하고 이튿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 내용은 한국의 지소미아 중단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직접 침해’(directly harm)한다는 전례 없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이 문구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 결의안이 정부의 결정 번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의회에 대한 로비는 매우 중요하다. 2007년 미 하원이 위안부 결의를 채택하자 우리는 일본에 대한 외교적 승리라며 기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이 미국에 직접 해악을 끼치는 국가라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혈맹이라는 한미관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문재인정부는 이를 외교적 성공이라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전세계의 모든 언론이 미국의 압박이 주효했고 한국은 큰 외교적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와 리처드 아미티지(전 국무부 부장관)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한국의 ‘동맹 남용’(alliance abuse)으로 “66년 한미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기고문을 올렸다.

문재인정부는 모든 것이 일본의 책임이라 말한다. 물론 역사문제를 수출규제의 경제문제로 대응한 것은 일본의 잘못이다. 그러나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발전시킨 것은 문재인정부의 자충수이고 자살골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동맹과 무관하고, 김현종 차장은 지소미아 파기를 미국이 이해한다고 강변해왔다.

지소미아 사태의 끝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모든 전문가가 그리 보았고, 필자도 여러 차례 주장했다. 문재인정부는 애써 눈감았거나, 설마 미 의회까지 나설 줄 몰랐던 것이다. 이는 무모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북핵 정보를 공유하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한국의 북핵 용인이며, 북핵 대응은 미국과 일본이나 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 앞으로 미국을 떠나 중국과 북한 편에 서겠다는 통보이다. 그래서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했다면, 안보 위기는 물론이고 ‘직접 침해’ 당한 미국의 반작용으로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한국을 믿기 어렵게 되었다. 문재인정부의 외교는 한미동맹에 깊고 큰 상처를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