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꽃밭
도민칼럼-꽃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27 16: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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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꽃밭

지난 주 끝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주인공 동백이는 자기만의 꽃밭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을 수능점수표처럼 사람들이 매기는 것에 어차피 못 들어가면 나는 그냥 나만의 행복을 가지면 되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술집을 하다 식당을 하는 미혼모 동백이는 이 사회의 시선에서 행복하지 못한 부류로 취급되어진다. 동백이도 너무 힘들어 죽고 싶었을 때 아이가 처음 ‘엄마’라고 하는 순간,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얼마 전 한사람의 출판기념회를 다녀왔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비서실 시민사회 수석을 지낸 황인성의 <소명>을 그날 보았다.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줄여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를 보며 살아오는 동안 그의 꽃밭은 어땠을까? 삼천포 장터 국밥집 아들이 서울대에 들어갔을 때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이후로 얌전히 세상의 불의 따위는 보지 않고 지냈으면 지금쯤 그만그만하게 살면서 중산층으로 손자손녀들 커가는 모습을 보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잔인한 성기고문을 당하고 일반적인 행복에서 멀어졌다. 미혼모 동백이를 불행하게 보듯 누구는 그를 그렇게 볼지도 모르겠다. 황인성은 수능점수표 같은 행복에서는 멀어졌지만, 고문을 당하던 그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세상에 나온 이유를 알아차린 순간, 동백이와 같았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여러 갈래가 있다. 살아가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은 아름다운 꽃이다. 누군들 그 길을 쫓으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전화 한 통화로 엄청난 변호사비를 굳이 세금 내며 신고하지 않아도 얻는 길이 있다. 강남의 빌딩을 사서 세금 덜 내고 운영하는 법도 잘 알 것이고 자신의 고함소리 한마디로 모두가 벌벌 떠는 것도 즐길 것이다. 민중은 개, 돼지이고 만두 맛을 본 자는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라를 팔아도 나는 그 당만을 찍겠다고 당찬 말을 했던 울산 시장의 한아주머니처럼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능력이 아무리 있어도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당이 아니면 필요 없다고 그래서 저쪽 당으로 나오면 ‘빨갱이’이고 여기로만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그 수혜를 입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 경남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당의 대표가 현재 단식을 하고 있다. 판검사와 고위직공무원들이 다 좌지우지 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단식이라면, 하루에도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작업하는 노동자의 환경 조건 개선을 위해 하는 단식이라면, 일본의 부당한 경제 제재에 맞서거나 아니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하여 하는 단식이라면, 그 옛날 군사정권의 독재에 맞서 단식을 해 본 분이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지지할 텐데 그와 정반대이니 할 말이 없다.

혹시 다음 총선의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당 장악력이 떨어져 본인에게 이슈를 집중하기 위해 하는 단식이라면,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보다 뜬금없는 단식이라고 조롱하니 화가 나서 하는 것이라면, 한번 말을 내뱉었으니 끝을 봐야겠다고 하는 단식이라면, 그것을 조언한 주변이나 참모는 당대표를 위하기보다 자기들의 밥그릇을 위해 권유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단식을 할리는 없고 분명 가까운 이들하고는 의논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황제 단식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의를 위해서 단식을 한 이가 많다. 그 경우 열흘이 넘어도 모두 꼿꼿했다. 김영삼 김대중 문익환 목사 누구도 전기장판을 켜고 드러누워 의사의 실시간 체크를 받으며 당직자들이 우르르 비상대기를 하며 한 이들은 없다. 바로 옆 국회의사당역 엘리베이터 탑 위에서 20일이 넘게 물과 소금만으로 연명하는 형제복지원 생존자 최승우씨는 그 험한 환경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지지 좋다. 그러나 그들만의 꽃밭에 들러리는 서지 말자! 맑은 물도 고이면 섞는다. 이제 새바람이 불 때가 되었다. 소외된 경남 서부, 지리산의 바람과 천왕봉의 기개가 내려오고 있다. 혼자 꽃밭을 차지할 것인가? 함께 꽃밭을 나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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