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밥상(水刺床)
임금님의 밥상(水刺床)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6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식/진주 상봉동동 문화위원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식 가운데 궁중음식은 조리솜씨나 식품의 배합 상차림면에서 가장 정교한 체계를 가진 한국 음식의 정수(精髓)로 일컬어 진다. 백성들이 진상한 전국각지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수라상은 왕의 식도락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왕은 수라상을 통해 나라와 백성의 형편을 살펴야 하는 의무 또한 있었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 음식에는 궁중음식 민가의 반가음식 지방의 독특한 향토음식 사찰음식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궁중음식이 조리 솜씨 면이나 식품의 배합 상차림 면에서 가장 정교한 체계를 가진 한국음식의 정수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궁중음식은 양반집이나 평민들의 음식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음식의 이름이나 상차림 식사 예절 등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 주식이나 기본적인 부식 반찬등 음식 자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궁중음식은 전국각지에서 철에 따라 달리 진상되는 각종 특산물을 재료로 해 조리전문가인 주방 상궁과 남자조리사인 대령숙수(待令熟手)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서 전승되어 왔다. 궁중의 연회 상차림은 행사의 목적 경사의 뜻에 따라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다. 일상의 수라상 왕족의 경사 시에 차리는 진연(進宴)상 외국사신을 접대하는 영접 진연상 가례 때 차리는 고배(叩拜)상 제례 때 차리는 제례상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의례를 거행하는 절차 모두를 기록한 책을 의궤(儀軌)라 하며 현재 진연의궤, 진찬의궤, 진작의궤 등 남아있어 찬란했던 우리음식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궁중의 평상식은 아침은 10시 저녁은 5시에 수라상으로 식사하고 이른 아침의 초조반상은 7시에 점심은 낮겉상이라 하여 국수와 다과상을 차린다. 수라상은 12첩 반상차림으로 하며 수저는 사철 내내 은수저를 사용했다. 음식의 종류가 많았던 것 만큼 음식을 담는 그릇도 다양했고 음식에 따라 그릇도 정해져 있었다. 겨울에는 은반상기 여름에는 상기반상기를 썼으며 한상에 오르는 그릇은 무늬까지도 모두 같은 것을 사용했다.
수라상이 차려지고 왕이 정좌하면 수라상궁은 뚜껑을 벗기고 기미상궁이 빈 그릇에 음식을 덜어 맛을 본 후에 “젓수십시요”라고 말을 해야 식사를 시작한다. 열두가지 반찬을 고루 차리는 것은 나라전체의 산물을 왕에게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왕은 이렇게 나라에서 나는 온갖 산물로 차려진 상을 보고 지금 나라의 형편이 안정되어 있는지 농사가 잘 되었는지 흉년이 들었나 국민이 잘 살고 있나를 살피는 뜻이다. 궁중음식의 정갈스런 맛은 나의 고향이 어디이고 내가 어느 민족이며 우리조상들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고 살았는지 되 일깨워 주는 어머니 품과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