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다단계 판매의 유감(1)
도민칼럼-다단계 판매의 유감(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04 13: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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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다단계 판매의 유감(1)

얼추 40여 년 전, 일이다. 내가 마산을 거쳐 진주에 왔을 때는, 어렵게 얻은 직장을 발령받은 며칠 만에 사직을 하고 내려왔을 때라 연탄 한 장 쌀 한 됫박 사기도 어려울 때였다. 그야말로 땡전 한 푼 없이 만삭이던 아내가 출산을 했다. 산모와 아기를 병원에 눕혀놓고 병원비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마산시내를 헤매다 손수레에 화장지를 싣고 가는 사람을 붙잡고 장사를 좀 시켜달라고 매달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

화장지를 손수레에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며 알게 된, K라는 사람의 권유로, 어느 유통업체에 들어갔었는데, 그곳이 바로 다단계 회사였다. 나를 소개한 K는 화장지종류와 아기 기저귀, 생리대 등 위생제품업종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꼼꼼하고 정확하기가 이를 데가 없어 운전을 하며 영업을 하다가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적재함에 실린 물건을 하나하나 체크를 해가면서, 판매 개수와 차에 실린 재고물건 하나도 틀림이 없이 맞아야, 영업활동을 할 만큼 매사에 빈틈이 없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K가 화장지 장사보다는 몇 배나 좋은 아이템을 찾아 놨다면서, 사업 설명회를 들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K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화장지 판매업을 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화장지판매를 하면서 사업자금이 없어 판매업에 고전할 때라,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K에게 그만 뿅 하고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꼼꼼하고 정확하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고, 나보다는 총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을 하던 사람이라, 귀가 솔깃했다.

K는 나에게 정장을 하고 설명회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앞으로는 삶의 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설명회장 입구와 곳곳에, 권력 실세들하고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유명 경제학자들이 추천사를 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친분이 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다단계 피라미드 판매방식이, 우리나라에 처음 유행하고 있을 때라, 설명회에 왔던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성공의 지름길인 탄탄대로에 들어선 기분에 빠져 들고 만다.

다단계회사 설명회에 강사가 사업설명을 하는 걸, 처음 들을 때는 뽕하고 안 갈 사람은 없다. 건강식품과 자기(瓷器) 한 세트만 구입을 해서 등록만 하면 곧바로 매월 얼마씩에다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각종 수당이 통장으로 자동입금이 된다고 했다. 다른 사업자들을 일일이 앞으로 불러내어, 교육생들에게 매일 몇 십 만원씩 입금된 통장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활지침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약 40년 전이기 때문에 자가용 승용차를 사기는 힘들 때였다. 당시에도 골드나 직급 자는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교육생들에게는 이동을 할 때는 언제든지 택시를 이용하고, 사람을 만날 때도 호텔 같은 커피숍을 이용해야, 자기들의 사업체가 위신이 선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에 워낙 옹색한 살림이라, 많은 돈은 투자하지 못하고, 기본 한 세트 값만 지급하고 몇 달 동안 허송세월하였지만, K는 부인과 함께 사업에 전념하고, 직급을 받기 위해 빚을 얻어 제품을 과다하게 불러 내렸다. 판매는 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 놓아야 하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결국은 부인과 함께 야반도주했으니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을 모르고 있다.

이후로는 수많은 다단계사업체가 시내에 들어 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들어오는 과정들을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게 된 것이다. 얼마나 많은 피라미드 다단계사업 종목이 생겨나고, 사라졌는지 모른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다단계 업체가, 잠적할 때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의 가정이 파괴되고, 처가(妻家)와 시가(媤家)까지, 그리고 일가친척 친구 이웃이 패가망신하는 아픔을 겪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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