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11)-‘못잊어 사과’ 김상문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11)-‘못잊어 사과’ 김상문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19.12.04 17:4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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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어도 맛있는 건강한 사과 만들고 싶어”
▲ 김상문 대표 부부가 농장에서 사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금융회사 근무하다 도시 지겨워 귀농 16년째

2007년 홈페이지 만들어 ‘전량 직거래 판매’
농진청 탑프루트 사업농가 참여 우수상 수상
사과나무 폭 넓혀 햇빛 노출…초생재배 실시


함양군에서 16년째 사과농장을 경영하는 김상문(54) 씨는 사과 생산량의 전량을 홈페이지 ‘못잊어사과(www.hoyafarm.com)’를 통한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기술교육·현장코칭 등에 참여하고 농업진흥청 품질 평가회에서 사과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껍질째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사과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루 일상은 어떻게 보내시는가요
▲저의 하루 일과는 도시의 어느 직장인들과 비슷합니다. 평일엔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과수원으로 출근을 합니다. 과수원에서 시기별로 사과를 관리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요. 사과는 과수원에서 사랑과 정성을 다해서 키운 만큼 행복감을 주는 것 같고, 주인인 나에게 감사의 표시로 항상 예쁘고 맛있는 사과를 한가득 선물하고 있습니다.

전년도부터는 함양군의 선도농가로 선정되어 사과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한 사람들을 위한 멘토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4회 서로의 과수원을 오가며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고 병해충방제 및 과수원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알려주어 시골정착을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고,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귀농하기 전에는 금융회사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거기서 제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했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도시로 유학을 하게 되면서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이 지겹기도 했습니다. 또 시골생활을 해보지 못한 아내가 사과를 따는 것이 재미있다고 시골로 가자고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과수원을 하시던 부모님 건강도 나빠져서 이참저참에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곳에 사과나무가 심겨진 것은 오래되었지만 아버지께서 교직에 계셨기에 실제로 농사를 짓지는 않으셨어요.

과수원에 일 도와주시는 부부가 살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한해 수확한 것을 정산을 해보니 손에 쥐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게 되면서 저희가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못 들어가는 회사를 왜 부부가 그만두고 내려오냐고 어머니는 귀농을 결사반대를 하셨고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싣고 본가로 들어오던 날 어머니가 대문을 걸어 잠그시고 펑펑 우셨습니다. 다시 돌아가라고….

서울로 유학 보내 대학공부까지 시킨 아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오니 반대할 만도 했지요. 딱히 계획에 있다거나, 농사를 짓겠다거나 하는 목표가 있어서 농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제가 사과농사꾼이 되어있네요.

함양군 안의면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김상문 대표는 생산량의 전량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못잊어 사과농장’ 입간판.
함양군 안의면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김상문 대표는 생산량의 전량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못잊어 사과농장’ 입간판.

-귀농 후 농업과 관련 교육이나 강소농 활동은
▲귀농 후 첫해부터 많은 교육을 찾아 다녔습니다. 저희가 귀농한 2003년에는 인터넷보급이 확산되면서 사과재배기술이 사과사랑동호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많은 교육에 참가하여 선도농가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2017년에는 함양군청에서 실시하는 농업대학의 마케팅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해 함양군수 표창도 받았습니다.

2018년에는 아내도 마케팅 교육을 수료했으며, 2016년부터 GAP교육을, 2017년에는 저탄소 농산물인증과 관련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경남강소농지원단의 과수전문가인 성낙삼 선생님의 지도하에 제 농장에 맞는 컨설팅 및 현장 코칭 덕분에 많은 배움을 받고 있습니다.

-농업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낀 순간을 떠올린다면
▲저는 농사를 시작하기엔 남들보다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1만 평의 과수원이 있었고 여기가 고향이었기에 다른 귀농인들 보다는 적응이 쉬운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귀농 첫 해 땀 흘려 가꾼 사과를 판매하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했는데, 경매가에 너무 실망을 했습니다. 제가 지은 농산물을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없고,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락가에 사과를 판매해야 한다는 게 싫어서 직거래를 통해 내 사과 가격은 나와 소비자가 정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무렵 큰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가 육아관련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다 다음카페에서 사과판매를 시작했고, 인터넷 쇼핑몰인 G마켓이 오픈하게 되면서 옥션의 경쟁상대로 대대적인 홍보가 있을 때였습니다. 농산물의 판로가 없던 상황에서 G마켓의 농산물 담당 MD와의 협의 끝에 좋은 조건으로 사과를 판매하게 되었고 1위 판매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G마켓과 다음 카페에서의 판매는 꼭 남의 가게에 더부살이 하는 느낌이라 2007년에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직접 소비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2011년 식재한 지 3년 된 쓰가루(아오리)품종을 첫 수확을 한 후 뽑아내야 했을 때였습니다. 2009년 논이었던 2000평을 사과과수원으로 만들었는데 1000평은 착색 쓰가루를 심고 1000평은 홍로를 심었습니다.


3년 되던 때에 첫 수확을 하였는데, 저희가 세운 규칙이 여름에 수확하는 사과는 최소 1달 전에는 방제를 끝낸다는 것이었습니다.

8월 15일경 수확예정이었던 쓰가루는 7월 1일을 마지막으로 방제를 끝내고 45일 만에 수확을 했는데 1000평에서 상품성이 있는 사과가 5박스 정도이고 나머지는 상품성이 없어서 주변에 나눠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귀농 17년 중에 가장 큰 피해를 봤던 2012년 태풍 볼라벤 때였습니다. 수확 1주일 전이었기에 홍로는 다 큰 상태이고 착색도 거의 이루어져 일주일 내로 전부 수확이 가능한 상태로 태풍의 회전반경이 가장 큰 오른쪽에 과수원이 들어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 조금 덜 익은 사과를 일부 수확했고 수확을 하지 못한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서 죽게 되었습니다.

덜 익은 사과를 수확하기는 했는데 판매를 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중,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많다는 뉴스를 보고 많은 회원들의 문자와 전화로 걱정해주었고 덜 익은 사과라도 ‘못잊어사과’라면 상관없다며 주문 창을 연지 2시간 만에 완판하게 되는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남강소농민간전문가 성낙삼씨에게 현장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경남강소농민간전문가 성낙삼씨에게 현장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경영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못잊어사과(www.hoyafarm.com)’ 홈페이지 배너에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못잊어사과’라는 글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사진이 올라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과수원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따서 옷에 쓰윽 닦아서 먹을 수 있는 사과, 우리 아이들이 먹는 안전한 사과를 키우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사과가 익어 가면 맛있게 생긴 예쁜 사과를 따서 옷에 스윽 하고 닦아서 먹는답니다.

그리고 2012~2015년까지 농진청 탑프루트(최고품질과일)사업 농가에 참여했고, 2013년에는 전국 품질 평가회에서 사과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안의농협 공선 출하회를 만들어 3년 동안 공동출하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 경남도 우수농산물인 ‘이로로’ 생산농가로 참여하며 안전하게 껍질째 먹는 사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야 할 분들은 누구십니까
▲먼저 경남강소농지원단 과수전문가이신 성낙삼 멘토님께 감사드립니다. 먼길 마다않고 달려오셔서 궁금함을 해소해 주시는 단비 같은 분이십니다.

그리고 함양군농업기술센터의 이도성 소장님과 김영기 과수담당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탑프루트 활동시 많은 서류를 챙기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았었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이곳에서 같이 농사짓고 있는 동네 형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차별화된 영농기술이나 경영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다른 농가와 특별히 차별화된 영농기술이나 경영방식이 없습니다. 다만 나무를 심을 때 다른 과수원보다 넓게 심어서 사과나무가 햇빛을 많이 보게 만들었습니다.

과수원의 크기가 조금 크다 보니 욕심내지 않고, 작업로를 넓게 만들고 사과나무도 폭을 넓게 심어서 사과나무가 햇빛을 많이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생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무엇을 나무에 사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과나무를 방치하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사과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건강하고, 맛있고, 안전한 사과를 만드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요.

사과나무 수형관리 현장 컨설팅 모습.
사과나무 수형관리 현장 컨설팅 모습.

사과를 판매하면서 고집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명절에 큰 회사의 대량선물용 사과는 주문을 받지 않습니다. 한번은 이름만대면 알만한 회사에서 1500상자의 주문이 들어왔었습니다. 한 번의 주문으로 판매를 끝내면 편하니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물용 사과를 기다렸을 회원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사과 대량 주문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의 회원은 2000여명입니다. 한 번의 광고 없이 소개의 소개로 가입한 회원이기에 충성도가 아주 높은 편이랍니다. 사과판매를 알리면 어김없이 찾아와주시는 고마운 분들이지요.

추석 선물용 사과인 홍로는 보통 15일전, 설 선물용 사과인 후지(부사)는 한 달 전에 선물용 사과는 마감이 됩니다. 지난 추석에도 추석사과 홍로를 1000상자 정도 좋은 가격에 완전판매 했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계획이 있나요
▲2년 전 미리 경지정리와 토양안정화를 해놓은 과원조성 예정지가 있습니다. 올해는 유공관과 파이프작업등을 하여 내년 봄에는 사과나무를 심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은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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