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선거농단’이 사실이라면?
강남훈 칼럼-‘선거농단’이 사실이라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05 16:2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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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선거농단’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텃밭이라고 여겼던 PK(경남 부산 울산)지역에서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3곳을 여당인 민주당에게 모두 내어주었고,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당시 PK지역 유권자들은 여당의 거센 ‘바람’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PK지역 곳곳에서 경찰의 ‘표적 수사’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당이 ‘선거농단’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곳만 울산시장 선거를 비롯해 경남 창원, 사천, 양산 시장 선거 등이다. 울산시장, 창원, 양산시장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가 승리했고 사천시장만 야당후보가 당선됐다. 한국당은 “당시 PK지역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야당후보 기획수사설’을 제기한 것이다.

경찰은 작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울산시장이 한국당 공천을 받자마자 김 전시장의 비위첩보를 받고 시장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현 송철호 시장이다. 그는 울산지역 선거에서 8차례나 낙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는 ‘30년 지기’다. 문 대통령이 현역의원 시절인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현장을 찾아 ‘바보 노무현보다 백배 더한 바보 송철호’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고,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했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송 후보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선거전만 해도 김기현 시장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경찰의 울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기로 선거흐름이 바뀌기 시작해 송 시장은 9번째 도전 끝에 당선됐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하명(下命)에 따라 경찰이 개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바람에 김 시장이 낙선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도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청와대의 (김 전시장에 대한) 비위첩보를 받아 낙선을 목적으로 이른바 ‘하명수사’를 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 감찰반 총괄을 맡았던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청와대도 4일 자체조사 결과라며 “민정비서관실 파견 공무원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무원’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다름 아닌 송 시장의 최측근인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야당 대표 최측근의 공천이 확정되자(2018년 3월30일) 경찰은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이는 선거 내내 쟁점이 되었고, 여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현 창원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민원제도비서관을 지냈으며, 자기 형은 (노무현 정부에서)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다. 야당 후보는 1년 가까이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산시장 선거에서도 경찰은 3선을 노리던 야당후보가 업무추진비를 유용했다며 시장실 등 3곳을 압수수색(2018년 3월13일)했다. 양산은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선거에서는 지난 대선 때 경남선거대책본부 조직특보를 지낸 여당 후보가 승리했다. 무소속으로 2017년 12월 지지자 1100여명과 함께 한국당에 입당한 사천시장도 수뢰혐의 등으로 시장실, 차량 등을 압수수색(2018년 1월9일) 당했다.

울산시장 선거는 현재 가장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가 울산시 공무원 출신(전 교통건설국장)으로 후보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은 현 시장 측근의 제보를 받아 경찰로 내려 보내 수사에 착수한 점은 누가 봐도 ‘짜고 친 선거공작’냄새를 풍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무혐의로 드러난 김 전 시장의 비위를 제보해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고,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경찰이 김 전 시장 수사에 나선 선거공작으로 보고 있다. 전 정권의 적폐(積幣) 청산에 몰입했던 현 정권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농단을 자행했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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