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사람보다 나은 견공(犬公)
진주성-사람보다 나은 견공(犬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08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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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사람보다 나은 견공(犬公)

얼마 전 고성군에 소재한 한 사찰의 스님이 키우는 견공 두 마리가 밤중에 크게 짖어 대형 화재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았다. 기특한 주인공들은 사찰의 견공 포돌이(10살)와 정월이(2살)였다. 스님이 사찰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에 잠을 깨 밖으로 나가 보니 사찰 뒤편에 위치한 이웃집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타오르는 불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뒤 불이 난 주택의 주민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포돌이와 정월이의 예에서 보듯이 개와 인간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주인을 구한 충견’에서 보듯이 개의 충성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먼 곳으로 팔려간 개가 한 달여를 걸어서 다시 옛집을 찾아온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면 어떤 측면에서 개가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개는 소나 돼지와는 분명 차원이 다른 동물이다. 그래서 개를 두고 의인화해서 높이 부르는 견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몸이 불편한 사람과 독거노인의 반려자 역할을 하는 견공들의 감동적인 활약상은 사람보다 낫다는 칭송도 듣는다.

노납도 백구와 흑구 진돗개 두 마리를 사찰에서 키우고 있는데 참으로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서 애정을 듬뿍 느낄 정도인데다 사찰을 지켜내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어 기특하기만 하다. 어떨 때는 진돗개 두 마리가 웬만한 도반보다도 낫다는 다소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개를 자식보다 더 애지중지하며 동거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진주시내 강변이나 공원에 나가보면 말 그대로 개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는 개들이 많다. 온갖 치장을 한 개들이 산책로를 달리며 재롱을 부리기도 한다. 더욱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개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진지하고 다정다감해 눈물겨울 정도다.

그런데 요즘 세태에서는 인간 노릇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개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인간이 개보다 못한 처지가 된 것은 인성을 상실하고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좇는 세태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이웃끼리 배신하고 사기를 치고 오직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만 돌진하는 사람은 인간다움을 포기했기에 개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고 할 것이다. 제발 개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참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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