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좋은사람
아침을 열며-좋은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08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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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좋은사람

“따르릉 따르릉”이른 아침 휴대폰 벨소리에 눈을 뜬 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스피커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는 동생(친자매 같이 지내는 지인, 이하 동생)이었다.
“언니~ 오늘 요양원 어르신 미용봉사 가는데 같이 갈래?”

주말이면 피로를 잠으로 푸는 나였지만, 딱히 약속은 없었기에 동생의 권유로 ‘같이 가볼까’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섰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작은 소형 버스와 여러분들이 모여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고, 보통의 수다 떠는 주부님들로 비추어졌다. 동생의 소개로 그 자리 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출발합니다. 봉사자 분들 탑승하세요”봉사인의 대표로 보이는 분의 지시에 따라 모두 탑승하였고, 동생을 비롯해 주부님들의 수다는 이동을 하는 버스 안에서도 내내 이어졌다.

그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는 나는 겨울이 깊어가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려 봉사를 할 장소에 도착하자, 봉사자 분들은 “오늘도 스마일”이라는 구호를 외치시더니 한분씩 빠른 발걸음으로 요양원 안으로 향하였다. 나도 동생의 뒤를 따라 요양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백발의 어르신들께서 의자에 쭉 앉아계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꾀나 많으셔서 ‘언제 다 깎여드리고 씻겨드리나’하는 생각과 ‘피곤도 다 못 풀었는데, 힘들면 어쩌지’하는 생각과 살짝 두려움도 앞섰다.

그런데 봉사자 분들은 아까의 수다쟁이들의 모습은 버스에 모두 두고 내리셨는지 절도 있는 움직임들이었다.
커트의 실력이 없는 나와 동생, 그리고 몇 분은 봉사자 분들이 어르신 커트를 하고 나면 머리카락을 털어드리고, 머리를 감겨드리는 부분을 담당하였다.

힘은 들었지만 한분 두 분 마무리를 하고 끝날 때 마다 “고맙다”, “감사하다”하시며 눈가가 촉촉해 지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힘듦은 지나가 버리고, 왠지 모르는 뿌듯함이 마음 한 컨을 차지했다.

어느 덧 봉사가 마무리 되었고, 늦은 오후가 되어 해가 모습을 고개 너머로 감추고 있었다. 버스를 타려는데 어르신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그 말 한마디가 나의 머리와 가슴을 두드렸다.


(前)경영전략·기술경영·R&BD·사업계획 및 보고서 작성 컨설턴트
(現)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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