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한국 시(詩)의 날에 붙임
도민칼럼-한국 시(詩)의 날에 붙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11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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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
김기원/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한국 시詩의 날에 붙임

참새 떼도 그냥 못 지났다는 지난 가을 들판의 농기구 소리는 풍년의 멋이다. 농민들의 얼굴을 타고 내리는 짙은 땀방울이 어느새 함성으로 들판 주변을 뒤덮는 은빛 억새가 가을바람을 일으킨다. 지난 11월1일은 제33회 한국 ‘詩의 날’이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조용히 맞는 시의 날인 듯 하다. 그래도 몇몇 한국 시 문학단체 및 지방 시 문학회는 저마다 꾸민 행사 계획으로 시의 날을 경축한다.

한국 시의 날은 땅에 사는 우리들은 시의 무변한 뜻과 그 아름다운 언어의 묘사를 기리기 위하여 신시(新詩) 110년을 맞이하는 해를 맞아 육당 최남선이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가 1908년 <少年>지 창간호에 발표한 10월1일을 ‘시의 날’로 정하는 1987년 한국현대시인협회 권일송 이사장과 시 애호가였던 소년한국일보 사장 김수남 선생이 발의하고 한국시인협회의 동참을 얻어 제정된 날이다.

당시 선언문에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맑고 깨끗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詩心)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이에 시의 무한한 뜻과 그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함으로 10월1일을 시의 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선언문 내용 속에 2만여 명 시인들 권익과 인격적 위상을 높임은 물론 시 정신의 사회적 확산을 통해 물질문화로 상실되어가는 인간성 회복과 복지 사회적 정서를 통하여 질 높은 삶을 향유하며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인본주의 취지가 포함되어 있더라 하겠으나 때로는 시 정신의 본래 정신을 망각할 경우를 지적하고 싶다.

과연 시란 무엇인가. 백과사전 풀이로 시 쓰는 시인에게 시를 물었으나 시원한 대답 얻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통속적으로 시는 정서나 사상, 언어를 함축시킨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분류라고 정의한다. 톨스토이는 “시는 알 수 있는 말을 입술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더라” 했다. 시는 체육대회, 물놀이, 운동대회의 구호처럼, 민중을 선봉할 절묘함도 발휘시키지만 생필 사필의 사상 정신 건강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의 날 선포를 통하여 먼저 ‘시는 시인들의 전유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자체를 바뀌어야 한다. 시를 읽고 사색하며 누구나 좋아 즐길 수는 있지만 유행하는 인스턴트식품처럼 변질된 잡탕을 혼합시켜 아무렇게나 시를 써서는 안 된다. 시 본질에 서정적인 운율의 외면하거나, 내적인 이미지 결핍 과정 없는 언어로 '아무렇게 찻상을 차려 누구나 입맛을 낼 수 있어야' 란 토산 차 시집을 7집 발간했다. 그리고 시 읽기를 좋아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으나 시 읽는 사람보다 책꽂이에 잠재우고 있을까 제33회 시의 날 맞아 사랑의 그리움처럼 생각이 난다.

지난 시의 날은 3개 시문학 단체의 초청을 받았지만 행사 내용이 비슷한 듯 느껴졌다. 사실 ‘시의 날’이 제정된 지 33년을 맞았지만 시의 날 행사가 국민적 행사가 못되고 국민들 가슴에 따뜻한 시운을 못 전하여 세월이 갈수록 쓸쓸히 치러지고 있는 모양새가 안타까워 진다.

무엇보다 시인이 사회적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부끄럽게 느껴지지만 오늘의 사회가 시인들 감성을 이해 못하는 것도 죄가 된다. 또한 시가 우리들 생활에 쉽게 접할 기구와 인적 접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국의 국가행사같이 시로 시작하여 시로 끝나지만 우리나라 국공립 기관의 각종 행사에 시가 필수적이야 한다.

요즘 복잡한 한국 사회에 자존심만으로는 스트레스 병에 시달려 머리를 싸잡아 맬 처지다, 여러분들은 토산 차 한 잔에 시 한수로 가족과 더불어 아름다운 명상에 젖어 참 행복을 맞아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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