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 ‘돈 잔치’ 우려되는 팽창예산
강남훈 칼럼- ‘돈 잔치’ 우려되는 팽창예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12 16:36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돈 잔치’우려되는 팽창예산

내년도 예산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올해 예산보다 9.1%가 늘어난 512조2504억원 규모다. 초대형 예산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180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교육 분야가 72조6000억원 규모다. 국방 분야 50조2000억원은 정부가 올린 안 그대로 통과됐다. 산업·중소·에너지 분야가 23조7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3조2000억원,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21조5000억원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올린 안에서 1조2000억원을 삭감하는데 그쳤다. 내년 국가 채무는 805조2000억원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유례가 없는 ‘팽창 예산’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자력으로 내년도 예산 통과가 어렵게 되자 ‘4+1 협의체’를 가동했다. 민주당에다 바른미래 당권파,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 이른바 친여성향의 소수당을 끌어들였다. 여기서 예산안 수정안을 만드는 등 마음대로 주물렀다.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한국당은 남북교류협력, 일자리, 탈(脫)원전, 소득주도성장 등의 예산 4000억원 삭감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속개하면서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예산안을 첫 번째 안건으로 올려 상정했다. 예산안 앞에 위치한 예산부수법안에 수정안을 줄줄이 제출하면서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려고 했던 한국당은 예상 밖 묘수(?)에 허를 찔린 셈이다. 결국 한국당을 뺀 ‘4+1 수정안’은 28분 만에 강행처리 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을 향해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항의했지만 국회의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초대형 예산안 처리에 한국당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싱’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세금 나눠 먹기’가 극에 달했다. 여당이 군소정당을 끌어들이면서 곳곳에 ‘예산 선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567억원의 예산을 쓸어갔고, 황주홍 평화당 의원 276억원, 조배숙 평화당 원내대표 56억원 등 호남출신 의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군소정당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 덩달아 전북도와 전남도의 국비확보는 모두 사상최대인 7조원을 넘었다. 이와 함께 정책실패의 뒷감당을 세금으로 때우거나 총선(總選)을 염두에 둔 선심성 사업예산이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현금성 복지를 늘리고, 단기일자리 창출과 실업자와 노인 생계를 세금으로 뒷받침하는데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일종의 ‘포퓰리즘 예산’인 셈이다.

PK(경남·부산·울산)지역 광역단체는 사상 최대치의 국비를 확보했다. 경남도는 올해보다 16.8%가 증가한 5조8000억원을, 부산시는 7조원이 넘는 국비(올해대비 12.9% 증가)를 각각 확보했다. 울산시도 3조2000억원이 넘는 국비를 가져와 올해보다 28.2%가 늘어났다. PK지역 광역단체장 모두 여당 소속으로, 올해 초 민주당이 지역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내년 선거를 겨냥해 공언한대로 ‘예산 폭탄’을 안긴 것이다.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도내 18개 시·군의 내년 예산안도 팽창 일변도다. 정부 예산이 늘어나다보니 광역·기초단체 예산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남도는 9조4748억원을 제안했고, 도교육청은 5조4849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김경수 지사는 도의회 시정연설에서 ‘보릿고개를 넘는 확장예산’이라고 했다. 복지 분야 및 노인·여성·가족분야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현재 이들 예산안은 도의회나 시·군 의회에서 통과됐거나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표(票)를 의식한 선심성이나 포퓰리즘 예산 등을 잡아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돈 잔치’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