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다단계 판매의 유감(2)
도민칼럼-다단계 판매의 유감(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18 16: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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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다단계 판매의 유감(2)

다단계 피라미드란 구조를 볼 때, 그 사업체의 우두머리와 몇 사람을 제 하고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가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좋은 예로 다단계사업에 뛰어 들어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다거나 성공한 사람은 반세기를 가깝게 살펴보는 동안 내 주위에서는 한 사람도 보지를 못했으니 하는 말이다.

이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나, 일가친척이나, 친구가 다단계사업을 하려하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그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40년을 변함없이 설득을 해 왔다.

나하고는 누구보다도 돈독한 관계였던 고향친구얘기를 하려 한다. H라는 친구는 아내를 만날 수 있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친구다. 약 40년 전에 부산에 단칸셋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진주로 데리고 와, 화장지 업을 하게 했다. 보따리 하나만 덜렁 들고 진주에 왔던 친구가, 장사를 열심히 하더니, 자기 집도 장만 했다. IMF가 터지고 나니 화장지 등, 다른 유통업도 마찬가지로,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H가 갑자기 다단계사업을 하겠다고 하지 않은가. 기를 쓰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친구는 이미 다단계사업을 하겠다고 맘을 굳힌 상태였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하고는 결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막말을 했지만 아랑곳없이 부인과 함께 다단계사업을 몰두하면서 직급도 높아지고, 시내에 큰 사무실까지 운영하면서 잘 나간 듯 보였다.

몇 년 전부터는 사업이 신통치 않아선지, 전화기와 다른 물건도 병행해서 영업을 했다. 얼마 후에는 모든 다단계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골드마스터와 다이아몬드 직급을 버리고, 큰 세미나장, 사무실까지 어느 날 정리를 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5일 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노점장사를 한 다고 했다.

친구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체험했다. 다단계피라미드사업은 창업주와 측근 몇 사람 외에는 절대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임을 나는 확신한다. H가 취급하는 주 품목은 오가피 엑기스였다. H가 고향 친구와 친지들을 그리고 진주에 다른 친구들을 찾아 판매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한발 앞서 먼저 찾아다니며 H가 물건을 팔러 오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니 사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두기도 했다.

장모님께서 우리 집에 약 두 달 동안 와 계신 적이 있었다. H가 딸을 나에게 소개를 해서, 부부가 되게 한 역할을 했던 사람임을 알고, H를 무척 좋아했다. H는 우리부부가 일을 나간 틈을 타 장모님에게 자기 사업체의 건강식품을 팔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이는 우리 부부가 친구의 다단계제품은 만병통치약이 아닌 사기 제품이라고 설득을 했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H가 다단계사업에 한창일 때는 친한 친구들이 간질환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친구가 몇이나 있었다. 한번 걸리면 고치기가 어려운 암이라, 시한부 삶을 하고 있을 때, 혹시라도 맘이 약해질까 봐 H가 건강식품을 팔러 오면 절대로 사지 말라고,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의 부인들에게 단단히 일러 놨었다.

H는 친구부인들을 찾아다니며 자기회사의 오가피엑기스를 먹으면 낫는다며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을 시켜 기어이 판매를 했다. 앓고 있는 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대를 하고 사먹었던 친구들이 다 죽고 살아남은 친구가 없다. 친구부인들이 나에게는 오가피엑기스를 샀다는 사실을 숨겼었다. 어느 한 사람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말았으니 H를 나는 얼마나 증오했는지 모른다. H와 나는 다단계사업 때문에 받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다단계업체들은 많은 소비자를 현혹했고 많은 사업자들을 병들게 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그들의 술책에 빠져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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