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 ‘험지출마’, 황교안 대표가 먼저 나서라
강남훈 칼럼- ‘험지출마’, 황교안 대표가 먼저 나서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19 15: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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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험지출마’, 황교안 대표가 먼저 나서라


내년 4월 총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예비후보 등록에는 전국적으로 480여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210여명으로 가장 많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190여명이 등록했다. 경남지역 16개 선거구에서도 모두 40여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거제에는 등록자가 6명이나 달했다. 양산갑과 통영·고성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자가 없다. 내년 총선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와 룰이 정해지지 않아 예비후보 등록을 망설이고 있는 출마예정자들도 있다. 민주당과 군소정당(바른미래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함께하는 ‘4+1 협의체’의 선거법 협상이 순조롭지 않은 데다 한국당은 연일 국회에서 집회를 열며 선거법 처리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17일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勸告)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 골자다. 전략적 거점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등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 및 지역평가 결과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세우면 승리가 가능한 지역구를 의미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사실상 ‘험지(險地) 출마’를 요구한 것이다. 총선기획단 팀장은 “저희가 말한 부분이 어느 분들께 해당하는지 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예비후보로 등록한 분도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표 내용을 보면, 홍준표 전 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홍 전 대표는 태어난 곳(경남 창녕) 혹은 자란 곳(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고(지난달 27일, 영남대 정치행정대학 토크쇼), 김 전 지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지역 출마선언과 함께 예비후보 등록(지난 17일)까지 한 상태다. 당연히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총선기획단의 ‘권고’에 반발했다. 반면 김 전 비대위원장은 당초 예기했던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 안팎에서 권고한 서울지역 험지출마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에 그다지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좇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서울)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나는 이 당(한국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면서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 총선에 나가는 것이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당 대선후보와 대표까지 지낸 그의 입장에서 볼 때 ‘국회의원 한 번 더’보다는 ‘대선승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전 지사 역시 “먼저 당선된 뒤 당내 역할을 찾겠다”며 “그간 당이 바라는 대로 출마해 왔고 20대 총선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고 했다.

‘험지출마’에 대한 얘기는 비단 21대 총선만이 아니다. 중량감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역대 총선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그러나 정치적 사지로 뛰어드는 험지출마보다 텃밭이라고 여기는 ‘꽃길’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 모든 출마자의 희망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당이 발표한 ‘큰 정치인의 험지출마’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장 황교안 대표는 어디에 출마 하는가?라는 질문에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 없다”는 당 총선기획단의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황 대표 스스로가 ‘정치1번지’ 서울 종로구 등 험지출마를 먼저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중진들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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