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故김우중 회장을 생각한다
시론-故김우중 회장을 생각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22 15: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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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故 김우중 회장을 생각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우중 회장이 지난 12월 9일 하늘나라로 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고자 한다. 수출로 급성장하는 대우는 73년에 수출에 입문한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하였고 83년 창업을 하는 동기가 되었다. 1989년 출간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그는 수출산업을 이끌었고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신화적인 존재였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해외 마케팅 감각은 세상을 바꾸는 나침반 같았다.

고 김우중 회장의 화려한 이면에는 큰 그림자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 추징금이 18조원이었다. 빚을 안고 죽었다는 불명예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창업보다는 기업인수를 통해 성장한 대우 41개 계열사는 1999년에 모두 해체되거나 다시 다른 기업에 인수 당하는 수난을 맞았다. 이름만 남은 대우조선마저 최근 8조 원을 지원했지만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현대조선에 합병될 운명이다. 모두 국민의 세금인 공익자금으로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현대 고 정주영 회장은 땅을 사서 고르고 말뚝을 박아가며 공장을 세웠기에 대우 김 회장의 스타일을 가장 싫어한 인물로 꼽았다고 한다.

고 김 회장은 97년 IMF 외환위기때 ‘금 모으기 운동’을 제안, 위기 극복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고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98년 3월. 산업자원부 박태영 장관이 취임하고 직접 주재하는 수출지원대책회의가 7월부터 매월 1회씩 열렸다. 유관 금융기관인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그리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 등 은행장과 KOTRA 등이 참석하고, 민간 기업 측에서는 전경련 회장으로 있던 김우중 회장, 종합상사협의회 박세용 회장, 그리고 중소기업대표로 필자가 참석하였는데, 그와 지근거리에 앉았다. 김 회장을 북아프리카 지점에 근무하면서 스쳐 지나가며 만나기는 했지만 직접 대면하여 논의하기에는 너무 높은 자리에 있었다. 참석자가 25명 전후라 정부정책을 설명하고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그는 “은행의 금리는 20% 당좌대월 금리가 30% 정도인데, 이자를 부담하고 기업을 어떻게 경영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필자도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연불 수출한 대금이 수백만 달러가 들어오지 않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어서 속 시원한 소리였지만 실현가능한 소리는 아니었다. IMF 사태는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는 89조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비해 자산은 59조에 불과했다. 은행 차입금 때문에 이자가 부담할 능력이 아니었다. 부채의 그 빛과 그림자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종합상사는 일본의 총합상사를 벤치마킹한 제도다. 해외지사의 수,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품목의 수, 해외지점의 수, 자본 등 여러 가지 지표를 점검하여 삼성이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되었다. 모두 10개 상사다.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고려무역을 빼면 9대 재벌의 수출창구로 지정된 것이다. 수출주도 성장을 주도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실적경쟁이 치열했다. 삼성과 대우가 1, 2위를 다투었다. 종합상사의 수출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면도 많지만 편법도 많았다. 초기에는 본사에도 해외지사로 밀어내기 수출 등 실적위주의 부작용도 많았다. 김 회장의 성취에 대한 오만과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데는 반기를 들기가 어렵다.

작은 개인 기업은 몰라도 덩치가 커진 기업이 영원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노쇠한 기업은 사라지는 것은 기업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창업한지 10년이 안 되는 유니콘 기업 ‘쿠팡’이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여 기업가치가 10조6000억원이라고 한다. 이는 신세계 2.9조 원, 현대백화점 1조9000억원을 합한 것보다 2 배나 높은 기업 가치다. 이런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조원(미화 10억 달러)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유니콘은 상상 속 동물처럼 희귀하다는 뜻을 담아 2013년 ‘카우보이 벤처스’창업자 에일린이 남긴 말이다. 고 김 회장은 60~70년대 ‘유니콘’이었고 ‘김우중 신드롬’이었다. 젊은이에게 꿈을 심었고 지금은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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