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19년 한국 외교안보의 고립과 무능
시론-2019년 한국 외교안보의 고립과 무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25 14: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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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2019년 한국 외교안보의 고립과 무능

문재인정부는 남북평화를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우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앞에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한미관계는 미 상원이 전례 없이 한국이 미국의 이익을 직접 해치고 있다(directly harm)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만큼 악화되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파기 강행에 대한 미국의 불만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대북 정책과 엇박자를 보이고, 심지어 친중·친북으로 경사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목록 제외, 그리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미국의 개입과 압박으로 사태가 수습되는 듯하나 앞으로도 고비는 많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월 19일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 기부금으로 위자료를 지급하여 일본의 배상 책임을 ‘대위변제’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는 모든 재판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측은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일본 국가예산 10억엔이 투입된 화해·치유재단도 일방적으로 해산되었기에 문희상법안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징용 피해자들도 반발한다. 재단설립 기금이 일본 정부의 돈에서 한일 양국의 민간기금으로 바뀐 것은 오히려 후퇴라는 것이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며, 사드 완전 철수, 한중 FTA와 일대일로 참여, 그리고 중국과 함께 미국의 보호주의와 패권주의에 맞설 것을 요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의 ‘패릉’(패자의 약자 능멸)이다. 중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과 위구르가 모두 중국 내정문제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미중대결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도태평양전략 협력을 약속하고, 12월 23일 시진핑 주석에게는 일대일로 참여를 말했다. 그런데 이는 친미와 친중의 환심 사기 묘수가 아니라, 반미와 반중을 동시 추진하는 자충수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을 개통했다. 이는 셰일혁명으로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과 러시아의 동진정책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직접 충돌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를 침범하는 등 한러관계는 삐거덕대고 있다.

이 모든 사달의 중심에는 남북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를 이미 대등한 상대로 취급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아랫사람 대하듯 막말하며 ‘상납경제’를 실현할 궁리만 하고 있다. 이제 북한이 미북 협상 파국을 선언하고 북핵 위력을 과시하면 2년전 군사위기가 재현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하여 대북 제재는 더욱 강경화 되고, 북한 중국 러시아는 반발하고, 국내에서는 반미반전 시위로 비화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다시 섣부른 중재를 꾀하면 ‘북핵 폐기 보증 책임’ 문제까지 부상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칙도 중심도 없는 우리 외교는 우방인 미국 일본에게 따돌림 당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부터도 적대시될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총체적 실패이다. 그동안 강조해온 ‘평화’는 쇼에 지나지 않았고 우리 국민들만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1919년 기미 독립선언서는 국권이 침탈당해도 자기반성과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자기를 책려하기에 급한 오인은 타의 원우를 가치 못하노라”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외교안보팀은 스스로 채찍질하기는커녕 다른 나라 탓으로 다른 사람 허물로 돌리고 변명하기만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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