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세조(世祖)와 묘답(貓沓)
진주성-세조(世祖)와 묘답(貓沓)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26 16: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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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세조(世祖)와 묘답(貓沓)

고양이를 위하여 제사를 지낸다 하면 누구나 웃을 것이다.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내몰고 왕위에 오른 자로서 임금이 된지 몇 해후부터 전신에 종기가 퍼지기 시작하여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단종을 죽이기 전날 밤 꿈에 형수인 헌덕왕후의 혼령이 나타나 무수히 꾸짖고 욕하며 세조에게 침을 뱉었는데 그 꿈에 침을 맞은 자리에 종기가 발창하기 시작하여 세조는 종기를 고치려고 약을 썼고 무당 굿풀이 등 하였으나 낫지 아니하여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기도와 불전공양을 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해 여름 강원도 평창에 있는 오대산 상원사로 행차 시원한 숲속을 흐르는 시냇물에 목욕 후 영험 깊은 불전에 기도를 드리기도 하면서 그는 거기서 아내인 정희왕후와 함께 피서 겸 요양차 한 여름을 지내기로 하였다. 그는 하루에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문수보살”등 염불하곤 하였다.

하루는 그가 곤룡포 익선관으로 위의(威儀)를 정제하고 기도를 드리려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웬일인지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지며 공포의 기분에 휩싸여 들었다. 그는 그대로 법당 안에 들어서기가 서먹서먹하여 주춤하고 섰을 때 어디서인지 난데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그의 곤룡포 자락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곤룡포 자락을 잡아 떨치면서 이놈의 고양이가…하고 쫓았다. 그러나 고양이는 피하려 하기는 고사하고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며 야옹 야옹…하고 왕의 옷자락을 물어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세조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 그는 “어허”하고 고양이를 피하여 물러섰다. 그리고 시위(侍衛)군사에 명하여 법당 안을 샅샅이 뒤져보라 하였다.

이윽고 아니나 다를까 법당 불탑아래 3명의 도부수가 시퍼런 칼을 빼어들고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군사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잡아내어 문초해보니 그들은 단종을 위하여 세조를 암살하려는 일당들이었다. 이리하여 세조는 하마터면 죽을 뻔한 목숨을 고양이 덕으로 구제받았으므로 이미 어디로인지 사라져 버린 그 고양이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를 해 마지 않았다. 그는 불공을 마치고 회정(回程)할 때에 강릉에서 가장 기름진 논으로 500석지기를 장만케 하여 그 고양이를 위하여 제사 지내주도록 절에 헌납하였던 것이다. 이 묘답은 지금도 월정사 상원사 앞에 가면 남아있다. 세조는 14년간 많은 치적을 쌓았으며 불문에 귀화 문둥병으로 불우하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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