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송구영신(送舊迎新)
진주성-송구영신(送舊迎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29 15: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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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송구영신(送舊迎新)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도 흘러간다.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해가 희망차게 밝았다고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세월의 빠름이 새삼스럽게 가슴 깊이 와 닿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연말이다. 송구영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라는 뜻이다. 한해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에 얽매이게 된다면 후회와 함께 미련 가득한 마음만 남게 된다. 그러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모를까 집착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향상의 길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일이 양력으로 섣달그믐이다. 섣달그믐은 제야(除夜)라고도 하는데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로 지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섣달그믐에는 재앙을 쫓고 광명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불을 밝혀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기운으로 송구영신을 한다는 뜻이다.

올 한해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나라 전체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한해 였다. 잦아드는 듯했던 북핵 위기가 베트남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다시 고조되는가 하면 위안부 문제와 수출 규제 등을 놓고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한반도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는 메가톤급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1년 내내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 트랙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거듭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불화와 갈등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일찍이 설파하신 탐진치(貪嗔癡)가 그 원인이다. 사회지도층의 끝없는 욕심과 어리석음이 오늘의 난국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이 같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내 마음에 본래 있는 반야(般若)의 밝은 지혜를 회복하기 위해선 개개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세상이 혼탁하지만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문제와 고난의 연속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일찍이 이 세상을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라고 했다. 그러나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엄동설한이 되면 봄이 오듯이, 절망과 고통은 반드시 그 끝이 있게 마련이다. 경자년을 밝히는 일출을 보며 다가오는 한 해를 위한 발원을 통해 새해 각오를 다져 보자. 송구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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