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2019년을 보내며
아침을 열며-2019년을 보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30 18: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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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
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2019년을 보내며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돌아오는 이 시점에서는 늘 각오가 새롭다. 올해 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얼마나 이루었나 돌아보면 딱히 손에 쥔 것도 없이 허무하기만 하다. 연초나 아침에는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야지 하면서도 연말과 저녁이 되면 결국 시간만 갉아먹었다고 후회를 한다. 나이만 한 살 먹었다는 느낌. 그만큼 그동안의 안 좋은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그동안의 습관의 힘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에? 늘 조금씩 새롭고자 한다면 조금씩 바뀌기는 힘든 것 같다. 많이 바꾼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는 것. 스스로를 불신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일단은 노력의 힘을 믿는다는 것, 노력한 만큼 이룬다는 것은 차라리 공평한 것 같다. 결핍을 채우고 발전을 이루어나가는 지금의 중년세대까지는 진실이었다면 요즘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진실이 아닌 불편한 진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누림과 갑을관계 속에서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정말 힘없는 개인은 도태되어 버린다.

과거 전쟁이나 역병으로 큰 사건들을 많이 겪었던 할아버지 세대, 개인보다는 집단의 영향력이 강조되던 시대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기본적인 삶도 보호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받지 못한 나라에 비극이 생기면 희생과 애국심을 요구받았던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지금도 기꺼이 나라에 나를 위탁하기는 뭔가 미심쩍으며 나를 보호해주리라 여기는 것도 무리인 듯하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고 주변의 힘없는 그들과 연대하여 잘 살아가야하는 야생의 삶. 과거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야생의 법칙이다.

살면서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었거나 재미있는 일이 많았거나 좋은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과 그저 그렇게 지냈던 사람들이 뭐가 그리 많이 다를까 싶다. 공식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문제해결상황을(어떤 사건을) 대하는 태도나 수용 자세는 다를 수 있고, 결과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좁은 결론을 내기에는 좀 더 많은 요구조건들이 필요하긴 하다.

우리가 살아온 경험들은 아주 주관적이다. 과거나 어렸을 때의 어느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해석 또한 다른 것을 보면 말이다. 현재 사건이라도 각자 걸려있는 이해관계에 따라서도 다르게 해석을 한다. 아주 주관적인 여러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사람의 힘은 약하지만 조상들은 힘을 모았다. 두레, 향약, 계 등. 동학농민운동처럼 조금씩 약한 힘을 모아서 큰 영향력을 일으킨 사건들을 보면 SNS가 발달한 현재에 봐도 놀랍다. 언제나 어디를 가나 힘이 없는 사람들은 핍박의 경험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보면 서로를 의지하여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면 나라도 구할 수가 있었다.

이제 현대사회는 살기가 많이 편리해졌다. 집단의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개인들의 역량도 많이 늘어나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들이 늘어났다. 힘을 모아서 더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적극적인 행동파들이 늘어났다. 사회참여랄까, 아니면 정치참여일수도 있고. 정치가들을 통한 대리만족이 어려운 만큼 직접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아닐까? 이 나라의 키를 잡은 정치인들이 건강해야하며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대리인을 잘 뽑는 안목이 필요하다.

급한 성격 때문에 빨리 이루려는 결과의 시기를 앞당기는 좋은 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깊이가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네가 틀렸다’로 결론을 내린다거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타인을 대하는 점은 좀 바뀌어야할 것 같다. 개성이나 독창성은 집단주의가 강한 학교나 사회에서 튀는 것으로 야단맞아야 했던 과거에서 지금은 오히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며 어쩌면 불가능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모두 다 내어 놓아라한다. 물론 둘 다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성이 좋아 사교적이며 단합도 잘하고 창의성이 좋아서 새로운 생각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별로 주지 않는다. 자료들이 충분하지 않으며 주어진 시간도 별로 없는데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느린 천재들이 우리 교육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 안타깝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적이고 너른 마음을 가져야한다. 우리의 좋은 점들을 잘 활용하고 발굴하여 좋은 습관을 기르고 나날이 발전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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