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퇴계 이황 선생의 이기이원론 유감(2)
기고-퇴계 이황 선생의 이기이원론 유감(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02 16: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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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기/동남지방통계청진주사무소 조사행정팀장

강정기/동남지방통계청진주사무소 조사행정팀장-퇴계 이황 선생의 이기이원론 유감(2)


이이(李珥)는 진리란 현실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그것을 떠나서 별도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여기서 이(理)와 기(氣)를 불리(不離)의 관계에서 파악하는 이이 성리설의 특징을 보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율곡은 세계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위대한 철학자다. 그는 관념적인 철학자가 아니라 시대정신에 투철하고 나라와 백성에 대한 우환의식을 가지고 개혁에 앞장섰던 실천적 지성이었다. 이러한 율곡에 대한 이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교양이다.

이상에서 퇴계 이황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율곡 이이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에 대해 살펴보았다. 율곡 이이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서술하였지만, 퇴계 선생은 이러한 원리를 초월하여 진정 제자들에게 필요한 본성 회복의 절실함을 일깨워 주었다고 하겠다.

현대인은 누구도 자신이 깊은 마음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숨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기말적 정신병리(精神病理) 현상으로 퇴계학이 오늘의 시대를 하나의 정신병리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이를 치료하는 원리의 하나로서 주목하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퇴계학의 인간학적 수립의 과제는 이 시대의 무너져가는 교학가치관을 위하여서나 상실되어 가는 인간 본연성을 건지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퇴계 선생께 질문했던 제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선생님 그러면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깨달음의 세계(理)와 이 현실 세계(氣)는 어떻게 다른 것인 가요?”라는 질문에 퇴계선생은 이론과 원리를 초월하여 제자들에게 “기(氣)의 세계는 낮고 천하고, 리(理)의 세계는 높고 귀한 것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이론과 원리를 초월하여 제자들에게 “깨달음”에로 향하는 마음을 독려하기 위해 한 진심어린 스승의 애끓는 하소연이다. 이에서 필자는 퇴계 선생의 위대함을 본다. 이미 그에게는 인간의 시시비비는 한낱 허깨비 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고문의 제목에서 이기이원론 유감이라 표현했지만, 그 유감은 기분 나쁜 의미의 ‘유감(遺憾)’이 아니라, 감동했다는 ‘유감(有感)’임을 밝혀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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