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먹고사니즘
도민칼럼-먹고사니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07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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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먹고사니즘

종종 올라오면서도 잠시의 한탄만 불러일으키고 사라지는 뉴스들,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다.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 이후 얼마 전 ‘김포서 일가족 3명 숨진 채 발견…생활고로 극단적 선택 추정’의 기사를 본다. 정확한 사연은 아직 모르지만 끝내 모를 수도 있지만 죽음을 당하건 스스로 선택하건 그들은 한결같이 가난하고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가족을 동반한 자살이 일어나는 게 IMF이후 대한민국이다.

사람이라면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슬픈 소식에 장탄식을 내겠지만 댓글에는 죽음을 비난하는 글들도 꽤 있다. 속상해서 하는 말도 있고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다. 죽을힘으로 살려고 하면 왜 못사느냐고 하지만 오죽하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온다.

2017년부터 우리나라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 감소가 현실화 되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살기 힘든 시대에도 아이를 낳았는데 요즘은 살기가 좋아졌는데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버렸다. 밥만 먹고 사는 세상이 아니고 잠만 자는 집이 다가 아니고 생활의 질을 생각하다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에 의해서도 사람들은 출산을 포기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삶을 버리기도 한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를 위하여 출산 장려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태어나면 무엇 하겠는가?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면 자살률은 지금보다 더 높아갈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 먹고사니즘은 대한민국의 신조어이다. 먹고 사는 일에 철학을 뜻하는 -nism을 영어로 붙여서 일컫는 말이다. 먹고 살기에 바빠 정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가난한 이들의 자조적인 표현도 들어있다. 열심히 살면 누구나 풍요로운 생활을 할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더러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지만 새벽녘 지하철이나 대중버스에 오르내리는 이들을 보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경제가 엉망이니,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이들의 입에서 쓸데없는 돈이 사람들에게 너무 선심성으로 쓰이느니 빨갱이 세력이 나라의 경제를 망치느니 하는 말들을 듣는다. 집을 한 채 가진 이가 집값이 떨어졌다고 난리고 오르면 좋아하면서 보유세를 걱정한다. 보유세를 걱정해야할 인구는 실상 그리 많지 않은 데도 말이다.

자영업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제는 누가 돌아가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동 남해 사천에 와서 횟집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펜션을 잡아 하룻밤 놀고 가는 건 누구일까? 재벌일까? 일반 회사원이나 작은 가게 사장님일까? 동네에 흔히 많던 상회나 슈퍼마켓이 이제는 편의점으로 불린다. 그 가게를 이용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해외에서 비행기에 과일까지 사서 들여온 모항공사 사모님일까? 일용직으로 일하러 다니는 동네아주머니일까?

경제만큼 인드라망으로 엮인 인연이 없다. 모든 것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선심성 복지라고 하지만 국가가 개인에게 얼마만큼 돈을 줄 수 있겠는가? 실업급여를 보자. 하루아침에, 준비할 겨를 없이 직장에서 퇴사한 경우, 요즘 사람들은 카드로 후납 하고 모든 공과금이나 세금도 후불 지급인데 그동안 써오던 관성으로 살다가 실직되었을 때 구직급여가 없다면 빚쟁이가 된다. 직장에 다닐 때나 대출도 용이하고 이율도 낮지 퇴사하면 대출도 막히고 이율도 높다. 사채시장에 그냥 내몰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구직급여가 없다면 아마도 자살률은 가파르게 올라갔을 것이다. 혼자만 잘 살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결국 모두 다 힘들게 된다.

빈곤한 사람들의 죽음에 잠시 탄식하고 넘기기보다 최소한 생계가 보장되도록 구례 운조루에 있는 ‘타인능해’가 씌여진 쌀독처럼 흉년에 누구든 그 쌀독을 열어 쌀을 퍼갔듯이 국가가 그 역할을 하고 우리들의 세금이 복지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돈이 돌아야 부자에게도 이롭다. 그러니 색깔론으로 결정하기보다 제대로 된 정책과 공약으로 우리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 곧 선거다. 먹고사니즘으로 몰아가서 두 눈과 귀를 가리려는 사람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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