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오래된 기침, 역류질환이 원일일 수도
도민보감-오래된 기침, 역류질환이 원일일 수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08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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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오래된 기침, 역류질환이 원일일 수도

6개월이 넘도록 반복되는 기침으로 내원한 40대 직장인은 수개월째 기침감기약, 비염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작년에 이직한 후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진 탓인 지 가슴도 자주 답답하고 가끔은 화끈거리고 목까지 치밀어 오르기도 해 ‘내가 화병(火病)인가?’싶다며 호소한다. 업무 일정에 따라 식사도 불규칙하고 술자리도 잦다. 술안주 때문인지 배에 살이 붙더니 체중도 12kg이나 늘었다. 퇴근이 늦어 10시를 훌쩍 넘겨 저녁을 먹는 날도 많고, 피로감에 집에서는 거의 누워있다시피 한다. 목소리도 늘 잠겨있고 후두염도 달고 지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 다니며 수시로 마시고 있다. 최근에는 입냄새가 심해져 미팅할 때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언뜻 보면 ‘감기가 참 오래 가네?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나봐’또는 ‘천식이 있나?’싶다. 그러나 의외로 이분은 위식도역류질환(Gastro-esophagus reflux disease)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2019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유병율은 약 7.5%로 보고된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식도 조임근이 있는데 평소에는 꽉 조여 있어 음식을 삼킬 때와 트림 시 외에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횡격막 위로 위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위식도 헤르니아이거나, 커피·초콜릿 같은 카페인, 술, 기름진 음식들처럼 하부 식도근의 압력을 낮추는 음식들로 식도 조임근이 부적절하게 열리거나, 과식, 흡연, 비만, 식후 바로 눕는 자세 등으로 인해 식도 운동 기능과 위의 배출 기능이 떨어져 위산과 위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점막을 자극하여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뼈 뒤쪽 또는 오목가슴부위에 타는 듯한 느낌(burning)과 통증, 가슴 쓰림, 명치에서 목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며, 환자들은 ‘따갑다’, ‘화끈거린다’, ‘얼얼하다’, ‘가슴앓이’, ‘생목이 오른다’ 등으로 표현한다.

한의학에서는 비위의 기능항진 또는 염증상태를 의미하는 위열(胃熱),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소화기증상인 식적(食積), 위와 식도의 연동운동 및 소화기능의 저하를 의미하는 위기허(胃氣虛) 등으로 볼 수 있는데,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하였을 때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효과를 보인다. 또한 다각도의 연구들을 통해 황련해독탕, 육미지황탕, 소반하탕, 반하사심탕, 소함흉탕, 육군자탕 등 한의학처방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재발이 잦은 특징을 보이므로 생활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하다. 과식·폭식, 씹지 않고 삼키거나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을 교정하며 식사와 수면 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밤 기침과 야간 속쓰림이 심할 경우에는 상체를 비스듬히 세워 눕거나 왼쪽 옆으로 눕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성 기침의 3대 원인은 △위식도역류(GERD) △천식 △후비루(비염, 축농증)이다. 기침이 호흡기 질환이나 이비인후과 질환뿐만이 아니라 소화기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얘기한 직장인처럼 적절한 진단과 치료 없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랜 기간 기침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위식도 역류질환과 관련하여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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