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보수대통합, 주도권 다툼 할 때 아니다
강남훈 칼럼-보수대통합, 주도권 다툼 할 때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09 17: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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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보수대통합, 주도권 다툼 할 때 아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범시민사회단체연합회 주최의 ‘2020시민사회 신년회’.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들은 이날 신년회에 참석해 ‘보수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통합해야한다’, ‘조금씩 내려놓고 마음을 확 비우자’, ‘국민들에게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한다’, ‘새로운 선택을 받을 준비가 됐다는 걸 (국민들에게)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며 구구절절 옳은 소리를 쏟아냈다. 그동안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기득권’에 대해서도 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모두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올 4·15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보수대통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보수진영의 통합 성사여부가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합의 밑그림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비롯해 새보수당, 안철수 전 의원 측, 우리공화당,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이정현·이언주 의원, 국민통합연대 등 중도·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빅 텐트’를 치는 구상이다. ‘반(反)문재인 연대’인 셈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수적 열세를 절감하며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보수진영으로서는 이런 빅 텐트를 치지 않고선 이번 총선에서 달리 ‘희망’이 없을 정도로 절박한 시점이다.

더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 총선준비를 거의 마치고 본격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인재영입이나 물갈이, 총선기획단 및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외연확장, 공천 룰 결정 등 미리 준비한 시간표에 따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한국당은 거의 ‘벼락치기’다. 민주당이 다섯 차례에 걸쳐 영입인재를 발표 할 때까지 먼 산만 쳐다보다 8일에야 탈북 인권운동가와 체육계 미투1호를 영입했다.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영입 1호가 ‘갑질 논란’만 부각되는 등 ‘영입인재 참사’로 이어지면서 중단됐던 영입 레이스를 두 달이 지나서야 재개한 것이다. 공천 룰과 관련해서도 청년과 여성 공천 가산점 부과 외에는 ‘현역 컷오프’ 방식은 완결하지 못했다. 총선 공천을 좌우할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등 공관위 구성도 아직 미정이다. 당 대표가 보수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세 번씩이나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물밑’ 접촉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 한심한 것은 통합 논의가 오고가면서 각 진영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겉으로는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물밑으로는 ‘내 몫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새보수당의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을 수용하려다 당내 일부 친박(親朴)계 의원들의 반발로 유보했다. 이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보수재건 3원칙을 배척하고 부정하는 세력과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통합 주도세력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를 유지한 ‘큰 집’에 모이는 통합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했고, 새보수당과 안철수 계는 ‘새 집을 짓자’며 한국당 주도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공천지분 등 이해득실과 총선이후의 정계 주도권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행히 국민통합연대가 지난 7일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당은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고, 전진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보수통합의 한 축으로 꼽히는 새보수당 역시 ‘참관 형식으로 참여 하겠다’고 하면서도 보수재건 3원칙이 수용된다면 정식으로 통추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총선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한가하게 서로가 주도권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할 시점이 아니다.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5명)로 이름을 올린 이문열 작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붓을 던지고 창을 들어야 할 때다”라고 했다. 얼마나 절박한 시점이면 평생 글만 쓴 이 작가가 이런 말을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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