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주는 행복-라오스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아침을 열며-주는 행복-라오스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09 16: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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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주는 행복-라오스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창 밖에 구름들이 저마다 모여 노닐고 있었다. 어느 덧 라오스 비엔티엔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의 착륙을 알리는 소리가 기내 스피커를 통해 우리(진주보건대학교 해외봉사팀)에게 전달되었다.

진주에서 인천까지 5시간, 인천에서 하늘 길을 올라 라오스 비엔티엔 공항까지 5시간, 다시 버스와 썽태우로 5시간이라는 긴 이동으로 어깨와 다리에 피로가 감싸 앉을 즈음 우리의 목적지 방비엥에 도착하였다. 방비엥에 도착하기 전 중간에 들렸던 휴게소에서 처음 접한 문화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안에는 좌식 변기가 아닌 어린이용처럼 낮고 빗살무늬가 있는 변기가 있었는데 여기에 신발을 신은 채 올라 앉아 용무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는 대다수 물을 내리는 레버가 없고, 물통과 바가지, 샤워기가 있었는데 샤워기는 비데의 역할을 하였고, 바가지를 이용하여 물통의 물로 변기를 씻어 내리게 되어 있었다.

방비엥 숙소에 도착하여 짐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후 우리와 한 팀으로 봉사를 하게 된 가정의학과 황혜헌 원장님과 튼튼소아청소년과 배원태 원장님, 현지 봉사 간호사(KOICA 소속) 및 통역을 도와주는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8일간의 봉사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방비엥 매일의 아침은 우리에게 힘을 내어 좋은 일 많이 하고 가라는 듯이 화창한 날씨를 선사했다.

진주보건대학교 해외봉사팀은 의료봉사팀(간호학부, 치위생과, 임상병리과)와 교육·노력 봉사팀(피부미용과, 치기공과, 보건행정과, 항공서비스과, 사회복지계열)으로 나누어 활동했다.
방비엥에는 병원과 보건소는 한 곳 밖에 없었다. 병원은 자주 방문하기 어렵고, 보건소에는 마땅한 의료기기가 갖추어 있지 못했다.

봉사 장소인 보건소에 도착하여 의약품과 소모품을 정리하기 위한 장소로 내어 준 공간이 협소하여 놀랐지만 미리 준비해온 목록대로 구분하여 정리를 해두니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 할 수 있었다. 나는 간호대학생 8명에게 약국담당, 진료담당, 접수담당 3개의 파트로 구분하여 역할을 배분해 주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했다.

진주보건대학교에서 지원한 의료기구와 의약품과 소모품 등을 정리하고 나니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었다. 진료시작 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의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다. 오전 의료봉사 시간이 바쁘게 지나고, 점심을 먹고 난 뒤, 잠시의 휴식은 뒤로한 채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해 바로 시작된 접수, 진료와 조제파트는 모두 순조롭게 첫날을 마무리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각자의 역할에서 규칙과 노하우가 생기면서 빠른 속도로 접수, 진료와 조제를 하고 찾아오는 아이들과 현지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진정한 팀워크가 무엇인지 배우고, 서로 발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8일간의 봉사기간 동안 손발이 척척 잘 맞는 협동심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활동한 학생들의 하나 된 마음이 봉사를 무사하게 잘 마무리하도록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더운 날씨에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웃음으로 각자의 일이 끝나면 도와주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결실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정말 대견했고, 학생들에게 진정한 의료인의 길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진주보건대학교에 감사했다.

몇 마디 밖에 주고받지를 못했지만 현지인들의 선한 눈빛과 우리에게 감사한 듯 환히 웃어주시는 모습에 힘이 들어도 나의 얼굴에는 어느 순간 미소로 가득 했다.

그 중 유독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우리 의료팀이 도착하기 일주일 전쯤 화상을 입었는데 병원까지의 거리도 멀고, 치료비가 걱정되어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지나고 우리를 찾아 온 환자를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지금 이 순간도 마음이 아려온다.

봉사를 다녀온 요즘, 생각 한 자락이 마음에 자주 방문하여 무엇인가를 남겨 놓고 간다. 받을 때도 행복하지만 주는 행복은 받는 행복의 몇 배로 소중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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