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미천면 ‘부양란농원’ 난초(蘭草)로 새산업 이끌다
진주시 미천면 ‘부양란농원’ 난초(蘭草)로 새산업 이끌다
  • 황원식기자
  • 승인 2020.01.09 18:15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생미 넘치는 난초, 향긋한 꽃향기가 진주에 퍼지다
진주시 미천면에서 2회째 세계 난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부양란농원’ 노준섭 대표와 그의 아들 노석민 부대표.
진주시 미천면에서 2회째 세계 난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부양란농원’ 노준섭 대표와 그의 아들 노석민 부대표.

진주서 국내 최대 ‘난초 전시회’ 열려 화제

2월 8~9일 사천 축동 화훼단지서 2차전시회
남미 열대우림 자연 그대로 연출·학습 효과

난초 1세대 노준섭 대표의 40년 경험 결과
독자적 배양 기술로 국내최대 수만 종 보유
부상하는 취미활동·미래 유망산업으로 도약
“진주 대표하는 국제적 행사로 키워나갈 것”


“꽃이 언제 필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 기다림과 설렘이 나를 치유한다.”

난초를 키우는 최재식(55·진주시) 씨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습관적으로 베란다로 향한다. 어느 순간 4~5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난초를 살필 때 모든 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어쩌다 꽃눈 하나라도 올라오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때 일로 인한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병원 입원까지 한 그는 난초를 통해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난초의 매력을 ‘설레임, 수양, 스트레스 완화, 힐링, 꽃을 기르는 과정 자체와 꽃이 필 때의 의외성’ 등으로 설명한다.

지난해 11월 14~15일 진주시 미천면 중부농협벌당창고 옆 재배농장에서 세계의 난초를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가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진주시에서 어떻게 국내 최대 규모의 난초 전시회가 열릴 수 있었을까. 부양란농원 노준섭(60) 대표와 그의 아들 노석민(32) 부대표, 난초 동호인 최재식 씨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재식씨는 부양란농원의 난에 매료돼 15년째 동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에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최재식씨는 부양란농원의 난에 매료돼 15년째 동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에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최대 규모 난초 전시회 진주서 열려

-이번 난초 전시회가 왜 특별한가?
▲(최재식 씨) 이번 전시회에서 카틀레야 학명을 가진 120여종을 전시했다. 카틀레야는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열대 우림지역의 강가나 계곡 등 나무나 덤불, 돌에서 뿌리 내리고 자생하는 착생란이다.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난의 여왕이라 불린다. 경남 진주에서 이렇게 다양한 세계의 희귀 난초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노준섭 대표) 난초 1세대로서 난 문화가 정착되기 전인 40년 전부터 취미로 난초를 수집했다. 중국에서 학명도 없는 것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오래 된 것은 70~80년 된 것도 있다. 지금은 규제가 심해져 희귀 난초의 국내 반입이 안 된다. 국제적 멸종위기 종을 비롯해 이번 전시회에서도 희귀종을 선보여 의미를 더한다.

전국의 난원과 비교해 봐도 우리 난원의 규모가 크고 내용이 알차다. 직접 와서 보면 경기도 고양의 꽃 박람회나 제주도의 입장료를 받는 식물원과 비교해도 우리 온실이 더 다양한 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노석민 부대표) 특히 이번 전시회는 난초가 자라는 열대우림의 자연모습 그대로 연출했다. 젊은 사람이나 아이가 있는 부부들이 오면 각 나라마다의 생태환경을 볼 수 있어 학습효과도 크다.

-노준섭 대표님의 40년 경험이 신뢰가 갑니다. 그렇다면 부양란농원의 경쟁력은?
▲(노준섭 대표) 외국의 난초를 국내에 가져오면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맞게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예하시는 분들은 외국에서 쓴 양란도감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적용한다. 몸뚱이만 우리나라로 와서 진짜 토착화가 되지 못한다. 40년 동안 혼자 기술을 축적하다 보니 10여년 전부터는 전문가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술을 배우러 오기도 한다. 특히 중국에서 온 4~5000종의 원종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우리 말고 전국에 없다. 우리나라는 학계에서도 난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선친께서는 ‘유명한 명의가 되려면 사람 죽는 모습을 많이 봐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난초를 죽여 봤겠나. 난초가 안 죽는 방법을 강구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노석민 부대표) 아버지도 난초 수집을 하러 외국을 많이 다니시지만, 나도 좋은 난초를 얻기 위해서 대만 같은 곳에서는 10시간도 넘게 걸어 다닌다. 최대한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품종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렇게 한 품종이 우리에게 들어오면 3~4년 안에 20화분을 만든다. 우리만의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사 지어 새 품종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든 과정은 생략하고 대만에서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는 교배종을 가져와 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격이 급한 이유도 있고, 그렇게 되면 난초의 질이 떨어지고 순수혈통인 원종을 잃게 된다. 우리는 그들과 달리 원종을 보호·관리하면서 원종끼리 교배해 새품종을 만들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원종도 자가 배양해 보호하고 있다. 그런 기술이 있다.

지난해 11월 14~15일 진주시 미천면 중부농협벌당창고 옆 재배농장에서 열린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양란농원’ 노준섭 대표.
지난해 11월 14~15일 진주시 미천면 중부농협벌당창고 옆 재배농장에서 열린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양란농원’ 노준섭 대표.

◆난초(蘭草) 그리고 인연


-어떻게 난초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일구었나?
▲(노준섭 대표) 건축업을 하면서 오랜 시간 취미생활로 난초를 수집하고 길렀다. 진주시 초전동에 개인 온실(40평 정도)에 난초를 기르던 중 갑자기 그 일대에 등산로가 개설되면서 14년 전 사천 죽동 화훼단지에 난초를 옮기고 판매까지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난초의 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좁은 곳에 밀집해 상처가 나고 하나 둘 씩 죽어갔다. 그래서 지난해 진주 미천면으로 400평 규모에 난초를 옮기고 온실을 지었다. 지금은 회사를 퇴직하고 난초 재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더 온실을 늘릴 예정이다.

(노석민 부대표) ‘부양란’의 뜻은 난초가 너무 많아 땅에 자리가 없어, 공중에 달아서 길렀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공중에서 난초를 기르면 병해충 피해도 적다.

(최재식 씨) 우리는 14년 전 처음 만났다. 대표님이 축동에서 난초 매장을 운영하던 시절 우연히 그곳에 들렀다. 특이한 난초를 발견해 저절로 이끌린 것이다. 그때 상당히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일단 향이 좋았다. 흔히 볼 수 있는 승진, 축하 개업 선물할 때의 난초랑 질적으로 달랐다. 야생미가 있었다. 그거에 반해서 하나하나씩 모으게 된 것이다.

아들 최석민 부대표는 아버지를 따라 해외의 국제적인 난 전시회를 보고 난초 산업의 미래를 확신했다.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도와 본격적으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현재 경남도농업기술원 등 교육프로그램을 이수 받으며 이론과 기술을 탄탄히 하고 있다.

◆난초(蘭草), 유망 산업으로 부상

-최근 난초를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최재식 씨) 이번 전시회에서도 동호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난초의 매력은 다른 화훼에 비해 키우는 과정에서 변이가 크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꽃의 형태와 색상, 향기가 다 달라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종이 다양해 4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노준섭 대표) 난초는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준다. 말기 암 환자 중에 ‘내가 죽으면 난은 어떻게 되지?’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도 있다. 또 우울증에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진주 한일병원에서도 난초가 주는 치료효과를 인정해 오는 3월 병원 내에서 난초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노석민 부대표) 요즘은 난초를 취미로 하는 연령대가 다양해져 노인, 고등학생, 20~30대의 젊은 소비층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더 높아질수록 난초가 5~6차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난초의 홍보와 발전 가능성은?
▲(노준섭 대표) 지난 2007년 우리에게 난초를 구입한 분들과 소통하고 노하우를 가르쳐주기 위해 ‘부양란농원’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다. 회원들이 난초에서 꽃이 피면 사진을 올려서 서로 공감하고 나누기도 한다.

(최재식 씨) 사람들이 난초를 경험하면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난초를 키우고 전시회에서 출품을 하는 것, 이런 문화가 진주의 내세울 거리가 되는 좋은 문화이자 콘텐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회에 소개된 다양한 난초들.
전시회에 소개된 다양한 난초들.

◆경남도·진주시가 나서서 ‘난초 전시회’ 육성해야

-앞으로의 계획은?
▲(최재식 씨) 진주시에서 난초를 5~6차 산업산업으로 키워줬으면 한다. 갈수록 사람들의 취미와 문화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난초의 매력이 큰 만큼 난초를 접하면 분명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진주 지역에는 유등과 실크 소재의 콘텐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주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난초 전시회를 하고 있고, 희귀한 난초를 수만 종씩 가진 장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노준섭 대표) 일본과 대만 등 가까운 외국에서도 국제적인 난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에서 열린 도쿄돔 세계난초 전시회의 경우 하루 3~4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가 인파 속에 밀려갈 정도이다. 외국인들도 많다. 일 년에 경제 효과가 1조 2천억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우리 난초 전시회는 국가 지원이 하나도 없었다. 만약 경남도나 진주시가 나서서 지원한다면 난초 전시회를 진주를 대표하는 국제적 행사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진주시에서도 지역의 좋은 콘텐츠가 되면서 관광객도 많아지고, 경제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부양란농원은 올해 2월 8~9일 사천시 축동면 화훼단지(사천대로 2042-18)에서 2차 카틀레야 난초 전시회(문의 055-854-6967)를 가질 예정이다. 황원식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