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음식으로 표현하는 감사의 마음
아침을 열며-음식으로 표현하는 감사의 마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13 17: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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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음식으로 표현하는 감사의 마음

우리 대학 글로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연말에 라오스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열흘 남짓 되는 봉사활동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하였고 라오스 봉사 장소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 팀을 맞이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 대학 재학생들의 글로벌 역량과 긍정적 인성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고 실제로 이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다녀온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라오스 마을 공동체에서 체감하는 만족도 역시 높다. 의료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곳까지 진료와 약 처방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학생들과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는 귀한 체험이다.
봉사활동을 이른 아침에 시작하면 저녁 식사하러 숙소에 올 때까지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되는데 주로 식당에 의뢰하여 음식을 차로 실어다 주면 간단하게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마을 공동체에서 따뜻한 ‘집밥’을 제공해주었다. 마을 봉사 장소인 초등학교 한켠에 마을 사람들이 솥을 걸고 나무와 숯을 사용하여 50명 이상의 식사를 지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들어가는 비용은 봉사활동 경비로 지출되지만 음식의 질은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또한 급식제도가 없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간단한 점심식사를 함께 하도록 우리 대학에서 의뢰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 끼 식사를 따뜻하고 풍성하게 나누어먹게 되었다.

따뜻한 정성이 깃든 밥은 물리적 에너지를 넘어 애정, 감사, 축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기원을 전해준다. 봉사기간 중 지역민들의 정성어린 식사 제공으로 우리는 건강하게 활동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떠나오는 날 전통행사로 ‘바씨’를 준비해주었는데 찹쌀밥, 삶은 계란, 닭고기를 떼어 손에 쥐어주고 손목에 실타래를 묶어주며 돌아가는 여정의 안전을 빌어주었고 감사를 표현하는 마음을 그대로 담아 돌아왔다.

경제적인 가치로는 매우 적으나 우리가 마음속에 받아 온 에너지는 무한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 그들이 우리에게 나누어준 것은 높낮이가 없으며 따뜻한 음식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서로 주고받았다. 오래된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서 금욕주의로 얼어붙어 있던 한 마을 사람들이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감성과 웃음이 살아나고 따뜻한 마음이 피어오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이 ‘집밥’의 따뜻한 식사는 숨어있던 감성을 부드럽게 자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충분한 교감의 시간이 되었다. 객지에 있다가 엄마의 ‘집밥’을 먹으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냥 힘이 나고 다시 객지에 나가 열심히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처럼 봉사활동을 통해 나눠받은 감사의 마음은 새해의 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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