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정의 평화를 위한 비결
칼럼-가정의 평화를 위한 비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14 16: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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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가정의 평화를 위한 비결

천지(天地)가 둘로 나누어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만약 하늘과 땅이 붙어있다면 아무것도 생겨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늘과 땅의 간격이 벌어진 공간에서 만물이 생겨났고, 인간이 생겨나서, 남녀로 구별되었다. 하늘은 땅 때문에 높고 푸르고 고고한 것이다.

땅위의 초목은 하늘의 이슬과 바람으로 성장하지만 땅위에 초목이 없다면 이슬과 바람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키 작은 잡초의 끝도 하늘이고, 키 큰 나무의 끝도 하늘이다.

그래서 하늘과 땅을 둘로 나눌 수 없고, 하늘이 귀하거나 땅이 천한 것도 아니다.

사람도 고관대작은 귀하고 서민은 천한 것이 아니다. 서로가 공동의 삶이며, 남녀도 평등한 것이다. 낙락장송은 귀하고 잡초는 천한 것도 아니며, 손가락 열 개도 똑같이 귀하고, 입과 항문, 상수도와 하수도가 똑같이 귀한 것이다. 무엇이나 구별은 하되 차별은 하지말자.

집을 지을 때도 주춧돌과 기둥이 똑같이 중요하고, 가정에서도 남편일은 중요하고 아내일은 하찮은 것이 아니다. 남편은 가정의 구심점이요, 아내는 활력을 주는 샘물로서 둘 다 귀한 존재이다. 부부사이에서 사랑을 빼고 나면 빛 좋은 개살구요, 알곡 빠진 쭉정이에 불과하여 몰락할 날만 남는다. 가장인 남편은 아내에게 속아줄 일이 생기면 모른 척 속아주는 것도 가정평화를 위한 비결이다. ‘내’아내를 ‘내’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누가보호 해주겠는가.

부부는 한평생 한방을 쓰며 부모형제보다도 더 가깝게 살 사람이기 때문에 가슴 저리도록 고맙고 감사한 사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자.

그렇지 않고, 상대의 덕을 보려든다면 장사꾼이며, 거래관계지, 부부관계가 아니다.

배우자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으스러지도록 사랑하라. 부부는 이성으로 만난 관계가 아니라, 감성으로 만난 관계다. 이성을 앞세워 정확하게 밝히고, 따지며, 이론적으로 완벽하려 든다면 그런 가정에는 찬바람이 돈다. 부부라도 지금의 둥지가 불편하면 딴 둥지를 틀게 된다. 서로가 이성의 불빛을 너무 밝게 비추지마라. 부부행위도 이성적 아닌 감성적 행위다.

이성적으로 따지며 말 많은 사람치고 지혜로운 사람 없고, 말수가 적다하여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다. 죽도록 미워하고 싸우면 둘 다 죽고, 죽도록 사랑하면 둘 다 살아난다.

병원의 중환자실에서는 눈 한번 떠보라며 아무리 애원을 해도 눈길 한번 나누지 못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순간 서로 사랑의 눈길을 나누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결혼을 하면 한가정이 탄생된다. 부부가 있어야 부자(父子)와 형제(兄弟)가 있고, 군신(君臣)과 상하(上下)가 이루어져 예법이 생긴다. 평화로운 가정을 위하여 남편은 첫째, 아내를 존경하라.

둘째, 아내를 믿고 집안일을 모두 맡겨라. 셋째, 정절(貞節)을 지켜서 다른 여인을 넘보지 말고, 부부의 궤도를 이탈하지 말라. 한 이불속에 잠을 자면서 다른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넷째, 아내의 권위를 세워주라. 다섯째, 풍부한 의식주제공과 장식품을 마련하여주라.

남편은 아내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로만보라.

아내는 항상 남편을 향해 미소로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라. 부부는 장난이 아닌 더 없이 소중한 사이다. 서로가 질투하고 증오하며 난도질하면 공동 실패를 재촉하게 된다.

무식하면서도 배우자 노릇을 잘한 사람이 있고, 유식하면서도 배우자 노릇을 제대로 못한 사람도 있다. 아내는 남편을 왕처럼 받들어 모시고, 남편도 아내를 여왕처럼 받들어 모셔야한다. 남편이 아내를 가정부 취급하면 남편도 하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이 똑같이 귀한 것처럼 부부는 서로가 공동의 삶이며 평등한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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