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진실공방의 속성
진주성-진실공방의 속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14 16: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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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진실공방의 속성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들로 진위를 가려야 하거나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 경우가 있어 캐묻는 쪽과 답해야 할 쪽이 서로 맞서다 보면 답해야 하는 쪽은 버선 속같이 확 뒤집어서 보일 수가 없어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진실을 보이고 싶지만 보일 방법이 없어서다. 다투자니 물증이 없고 물러서자니 사실이 아닌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끝없는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세월만 흘려보내 해명하지 못하면 속절없이 혐의자가 되고 만다. 이것이 풍문의 속성이고 여론의 흠결이다. 자의에 의한 충돌이라면 스스로 부덕의 소치라며 물러섰다가 진실은 밝혀진다는 진리를 믿고 때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타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면 물러설 수도 없다. 억울함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필귀정이라며 세상의 이치를 믿고 자신을 달래보지만 심신이 피폐해지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피할 길이 없다. 하늘도 신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사자와는 맞닥뜨리지 않으면 피할 수가 있지만 주변의 눈길은 피할 길이 없다. 서서히 신뢰감도 잃게 되고 따라서 명예도 잃게 된다. 관계가 이반되고 인정도 기피한다. 소문은 숙고하지 않고 여론은 재고하지 않는다. 분함이다. 답하라는데 답을 하면 변명이 된다. 억울함이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게 없으니 답답하다며 가슴을 쥐어뜯어도 소용이 없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면 변명으로 듣고 대꾸를 하지 않으면 인정해 버린다.

관계자가 있으면 지원을 받든지 대질이라도 하겠지만 그도 아니면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속절없이 내몰린다. 누명이다. 억울해서 항변으로 상대방에 대고 증거제시를 하라고 맞선다. 네가 한 짓이니 네가 답하라는 것이다. 막무가내다. 물증이 없어도 심증만으로 밀어붙인다. 듣는 사람들은 침묵한다. 후일이 염려되어 몸을 사린 것이다. 하지만 나가서는 여론의 진원지가 된다. 끝까지 침묵해 주지 않는다.

부정의 가름이 분명하지 않아도 내몰린 쪽을 거들지는 않는다. 세인들의 속성이다. 다툼의 소지가 중한 것도 아니라서 법정에서 겨룰 일이 아닐 때가 문제다. 사소한 일상이다. 그래도 피해자는 치욕스럽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한다. 탄식이다. 기댈 곳이 없다. 헛살았다고 가슴을 친다. 한탄이다. 오얏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것이 화근이다. 상대방도 문제다. 오비이락이었다면 훗날을 어쩌나. 모두가 자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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