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설날 조상의 음덕(蔭德)을 새기자
진주성-설날 조상의 음덕(蔭德)을 새기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19 15: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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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설날 조상의 음덕(蔭德)을 새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이면 생각나는 동요 ‘설날’에 나오는 가사이다. 설 명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에는 자손들이 모여서 조상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조상에 대한 음식공양과 함께 깨우침의 이치를 들려 드리려 진리공양을 함께 해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설날에 우리 모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친척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회포도 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급격한 세태 변화 속에서도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우리 명절의 취지가 그래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명절이 설인 셈이다.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돌아가신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 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도시 생활과 산업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즈음에 설날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민족이 수천년 이어온 전통인 설 명절에 겸손한 마음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정성껏 지내는 일을 구태의연한 풍습이라 비하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을 무시하고 우리 스스로를 폄훼하는 행위이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인 명절문화를 무조건 배격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따라서 설 명절에 조상들과 부모 친척, 이웃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설에는 새해 마음을 담아 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어른은 아랫세대에 이런 저런 덕담과 나누는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두둑한 용돈 챙기는 날로 바뀐 지 오래다. 예전에는 세뱃돈 대신 덕담이 담긴 세뱃글을 넣어 전했다고 하는데 요즘 이렇게 했다가는 원망만 들을 것이 뻔한 노릇이다. 서로 인사조차 건네지 않는 각박한 세태에 일 년에 한 번 아랫사람에게 큰 절을 받아 보는 호사를 누리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세뱃돈을 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 위안하게 된다.

젊은이들은 친지들의 잔소리가 싫어 명절에 집 찾아가기 싫다하고, 살기 팍팍하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쏟아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식구들과 둘러앉게 될 밥상은 여전히 푸근할 것이다. 진짜 흰쥐의 해는 설날부터 시작이다. 경자년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맘으로 친지와 이웃과 함께 덕담과 세배 나누시길 바란다. 경자년 설 명절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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