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킹크랩 몰랐다” 벼랑끝 싸움 돌입
김경수 “킹크랩 몰랐다” 벼랑끝 싸움 돌입
  • 연합뉴스
  • 승인 2020.01.21 18:20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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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해명 요구한 내용으로 ‘뒤집기’ 주목
드루킹과 공모관계 등 ‘선 긋기’ 주력할 듯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가 다시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뒤집기’를 노리던 항소심에서 다시 벼랑 끝에 몰린 양상이다.


핵심 방어 논리가 항소심에서도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김 지사는 드루킹과의 공범관계에 대한 법리를 중심으로 다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21일 재개된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간 김 지사가 주장한 주요 방어 논리가 사실상 깨진 셈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을 봤고,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함으로써 불법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고 본다.

반면 김 지사는 이날 그곳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킹크랩의 시연 장면을 본 적은 없다고 완강히 부인해 왔다.

본 적이 없으므로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고, 드루킹 일당은 단순히 '선플 운동'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 지사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프로그램을 조작한 불법 댓글 조작에 공모한 것이 아니므로 김 지사는 무죄가 된다.

그러나 1심은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공모관계도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지사 측은 2심에서도 이 주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당시 파주 사무실에서 저녁 식사가 이뤄진 정황, 킹크랩 개발자의 접속 기록 등을 새 증거로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의 새 증거를 종합해 보면,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 시각에 드루킹과 독대해 킹크랩 시연을 보기는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알리바이’ 주장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당일의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 객관적인 증거들로 피고인(김 지사)이 시연을 봤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믿기 어렵다고 하는 드루킹이나 둘리 김 모씨의 진술을 제외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비록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사실상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시연을 봤다는 데서 곧바로 드루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항소심에서 알리바이에 대한 공방이 주로 이뤄지는 바람에 공모관계에 관한 심리가 미진했다며, 이를 다시 판단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김 지사는 이제 사실관계를 통한 무죄 입증보다는, 공범에 관한 법리 다툼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항소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김 지사로서는 애초 기대보다 불리해진 상황이다.

1심에서 이미 나온 판단을 김 지사가 뒤집으려면, 법리적으로 매우 세밀한 논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드루킹 일당과의 '선 긋기'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문재인 캠프의 여론 형성 조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도 확인해달라고 했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 드루킹 일당이 불법을 저지를 의사를 숨긴 채 지지 세력이라는 외양을 띠며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 동지관계’를 형성해 일종의 ‘여론조작 비선조직’ 역할을 한 것인지를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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