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월(正月)
아침을 열며-정월(正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22 18: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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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정월(正月)

내일모레가 ‘설’이다. 설은 새해 첫날의 명절을 일컫는 말이다. 정월달이란 일년의 시작을 말하는 달로서 ‘설’이 들어 있는 달이다. 그리고 새해의 처음을 일컫는 말로 세시(歲時), 연수(年首), 연시(年時) 등이 있다. ‘설’의 어원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예컨대 ‘서럽다’, ‘(몸과 마음을) 사리다(삼가다, 愼)’, ‘(한 살, 두 살 하는) 살’, ‘설다. 낯설다’등에서 나왔다는 것이 그것이다.

‘설’로부터 새로운 해가 다시 시작한다. 이른바 ‘운세(運勢)의 제왕(帝旺)’이라 하는 새로운 일년(一年)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 일 년을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긴 세월동안의 개인의 성공과 실패, 국가 흥망성쇠의 평가가 이뤄진다. 하여 한해 한해는 정말 소중하고 그 한해 한해를 잘 시작하여 잘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한 해’라는 의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 사시사철의 마디에 따라 초목이 움을 틔워 결실해 나가는 자연현상과 이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농경사회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더욱 더 그 실용적 가치를 더해왔다. 나아가 개인의 한평생을 네 단계로 분류하여 본다든지, 국가사회의 번영과 쇠퇴의 흐름을 네 단계로 조망한다든지, 산업과 경기의 흐름을 규칙적 리듬으로 정리하여 본다든지, 보이지 않은 개인과 사회의 운기를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구분한다든지, 드러나 활동하고 숨어서 휴식하는 기간을 삼현일장(三顯一藏)으로 정리하여 본다든지 하는 유형화(類型化)의 분류방식도 대개 일 년이라는 세월 안에서 일어나 전개되는 ‘바뀜의 모습’을 본받아서 이를 바탕으로 현상을 살펴보려고 하는 시도들이다.

무엇 때문에 뜻을 이룰 수 있었으며, 왜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는가 하는 원인과 결과들을 이러한 유형화의 가설(假設)들로 알아보고 이야기하고 또 대응하려 하였던 것이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민심의 들끓음과 편안함, 부국강병의 나라건설, 왕조의 흥망성쇠를 마음에 새기면서 세월을 진단하고, 세월의 변화에 대비하며, 나아가 올바른 세월을 정립하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의 경우 세종대왕은 장영실과 더불어 조선의 역법을 올바르게 정립하려 하였고, 신라 문무왕 때는 신라의 역법을 바로 하기 위하여 중국의 역법을 참조하였으며, 부여가 역법을 사용하였다는 삼국지의 기록도 있다.

중국의 역대왕조도 다스림의 원칙으로서의 일년의 기준과 산업의 기반인 절기(節氣)를 바로 잡기 위하여 많은 시도를 하였다. 절기를 바로 잡는 하나의 시도로서 북두칠성의 자루 부분(또는 목성)이 놓여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있었다. 이 방향을 기준으로 삼아 날자와 계절의 시작을 정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夏)나라는 북두칠성의 자루가 인(寅;북동, 2시 방향)의 방향을 가리킬 때를 정월(음력 1월)을 삼았고, 은나라는 북두칠성의 자루가 축(丑;북북동, 1시 방향)의 방향을 가리킬 때를 정월(음력 1월)을 삼았고, 주나라는 북두칠성의 자루가 자(子;정북, 12시 방향)의 방향을 가리킬 때를 정월(음력 1월)을 삼았다. 2020년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60간지의 음력은 인월을 정월로 정한 하나라의 역법(曆法)이다.

태양력의 경우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의 위치, 해가 한낮 하늘 가운데 있을 때의 막대기 그림자의 위치, 방향. 길이, 날씨, 기온 등을 참조하여 달력을 만들었다. 윤달 윤년의 문제가 생긴다.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이 있다. 서양의 달력 이름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교황, 황제 권력의 그림자가 녹아 있다.
태음력의 경우 조수(潮水) 및 땅위 생명체들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정확도가 높지만 일년전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여 일 년의 시작점인 ‘설’날을 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어떤 이는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돌고 난 동짓날 다음날이 새로운 해의 시작이라 하고, 어떤 이는 동지후 45일인 입춘(立春)이 새해라 주장하고, 또 어떤 이는 지금 우리가 쇠는 음력의 초하루가 새해의 설날이라 한다.

어떻든 인공지능과 새로운 인류의 도래가 예측되는 만큼 여기에 합당한 새로운 역법(曆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치권도 민심을 안정시키고 풍부하고 강력한 나라를 구축하기 위한 거시적 새 세월력 즉 시간표를 국민들과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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