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아침을 열며-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28 15: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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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가게 건물주인 부부가 단층인 열 개 상가 건물로 방문했다. 원래 건물주였던 그들의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깐깐하기로 유명해서 찔러도 피도 한방울 안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이에 가게 세입자들은 아들은 좀 다를 줄 알고 가게나 공용화장실에 대해 이러저러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만을 말하려고 했다. 근데 부부는 ‘갑시다’라는 남편의 말을 신호로 표정의 변화도 없이 등을 보이며 가버렸다. 남겨진 가게 세입자들은 서로를 뻘줌하게 쳐다보다가 부부와 마찬가지로 표정 없이 말도 없이 각자의 가게로 들어갔다. 20년이 넘도록 가게세를 안 올렸다는 사실을 부부와 세입자들이 동시에 알아차린 건 아닐까?

20년이 넘도록 세를 올리지 않은 착한 주인에게 20년이 넘도록 아무 불만없이 가게세를 꼬박꼬박 자동이체 기계처럼 말일만 되면 보내는 관계라면 과연 누가 기생충일까. 부부는 이 상가 외에도 많은 세를 받는 건물을 가지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해 내는 세로 자기 재산을 불리고 있다면 부부가 기생충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많은 가난한 사람을 기생충이라고 낙인 찍는 데에 자꾸 짜증이 난다. “니들이 그 따위로 낙인 찍지 않아도 우린 바퀴벌레만도 못한 기생충이란 거 다 안다고”라며 대들고 싶은 것. 하다가도 “니들은? 니들이 기생충이지, 우린 최소한 내 밥은 내가 일해서 먹잖아? 니들은 일 안 하고 밥 뿐 아니라 온갖짓 다 하지!”하고 따지고 싶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에게도 불만이 새록새록 솟는다. 반지하집에 사는 아이가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00가 나보고 더러운 기생충이래, 반지하에 산다고”하고 우는 아이와 부모들을 무슨 낯으로 볼 것인가. 그들 앞에서도 활짝 웃으며 번쩍거리는 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를 높이 쳐들 텐가? 그런 기생충 아이들은 실제 없다고 외면할 텐가!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 앞에서 굶어죽어가던 소녀를 찍어 퓰리처 상을 받은 기자는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을 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나기도 한다면 너무 비약인가.

또 한가지 불만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것이다. 그는 짜집기의 천재다. 이거다, 싶으면 출처도 도덕도 따져보지 않고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데는 과연 재빠르고 정확하다. 그를 스타급 감독으로 만들어준 ‘괴물’에서부터 쭈욱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많이 우려스럽다. 잔소리 필요없이 입이 딱 벌어지는 창의적이고 온전한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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