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홍준표 전대표, ‘PK간판’ 될까?
강남훈 칼럼-홍준표 전대표, ‘PK간판’ 될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30 18: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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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홍준표 전대표, ‘PK간판’될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30일 오는 4·15총선에서 경남 양산을(乙)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 번 지역주의 십자가를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전투승리’, ‘제 일신의 편안함을 버리겠다’, ‘불쏘시개’ 등을 언급하며,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저를 태우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경기 김포시갑(甲)을 버리고 양산을로 급선회한 것은 당 지도부의 요청 때문에 이루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PK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다”며 김 의원에게 PK지역에 출마해 총대를 메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서울 종로 출마를, 김 의원에게는 경남 양산출마로 정리하는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을 전략 배치했다.

김 의원은 처음엔 고사했지만,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는 “양산은 경남이라고 하지만 부산, 울산과도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지역”이라며 “PK를 잇는 ‘메가시티’를 만들어 수도권과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성장 발전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私邸)가 있는 곳으로 민주당으로선 꼭 지키고 싶은 지역이다. 여기다 지난 95년과 9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남해군수에 당선됐고,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김 의원의 선거이력(履歷)을 감안하면, 여당으로선 그를 ‘PK간판’으로 내세워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또 한 번의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그 역시 PK지역 승리를 기반으로 ‘대망론’을 다시 불 지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PK지역 간판으로 누구를 내세울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당내 중진들의 험지출마론, 보수대통합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 탓이다. 하지만 총선까지의 시간은 이제 75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전략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누굴 내세워 여권돌풍을 막아낼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선거다. 이런 측면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여권이 PK간판으로 김두관 의원을 내세울 것인지를 마치 예견(豫見)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 15일 고향(밀양·창녕·함안·의령지역)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관건은 PK지역인데, PK정서를 뭉치게 하기 위해 고향에 출마 하겠다”고 했다. 설전인 지난 20일부터 지역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다음 달 초 밀양으로 이사해 본격적인 선거준비에 들어간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그가 쏟아낸 발언들이다. 그는 “부산·울산시장, 경남도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기초단체장 65%가 민주당”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PK지역에서 60%이상 득표하지 않고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핵심지역이 PK인데, 축이 되는 정치인이 없다”, “2022년 대선에서 PK지역이 뭉치는 것을 주도하고 싶다”, “총선이후 2022년 대선에서 PK지역이 하나 돼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겠는 생각으로 (고향에서)나왔다” 등등.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고향에서 출마해 ‘PK간판’으로서 이 지역을 사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에게 험지출마를 끊임없이 권고해온 당 지도부는 그의 이러한 행보가 못 마땅할 수 있다. 하지만 김두관 의원의 등장으로 ‘PK 판세’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한국당이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흐를 것이 분명하다. 당내에서 ‘여권이 거물급 인사를 PK선거 간판으로 내세운 마당에 체급에 맞는 이를 대항마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홍준표 PK 간판론’이다. 선거는 ‘맞불’을 놓았을 때 유권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 수 있고 이기는 선거도 할 수 있다. 재선의 경남도지사, 당 대표 등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PK 간판’으론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홍 전 대표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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