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입춘방(立春榜)
진주성-입춘방(立春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2 14: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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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입춘방(立春榜)

내일(2월4일)이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24절기의 처음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입춘이란 말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그 기운을 일으켜 제사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봄으로 들어가는 의미의 ‘入’(들입)자를 쓰지 않고 ‘立’(설립)자를 쓴 것은 ‘立’에는 ‘곧’, ‘즉시’라는 의미가 있어 곧 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같은 이유로 ‘立’자를 쓰는 것이다.

입춘이 되면 봄의 기운이 서서히 일어나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만물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게 된다. 얼어붙고 움츠렸던 동물과 식물들이 서서히 소생의 기운을 받아 기운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입춘일이 다가오면 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은 글을 한지에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다. 이를 입춘방(立春榜)이라고 한다. 입춘방은 새봄의 소망을 나타내곤 했다.

입춘방의 내용은 대개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나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뜻의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로 한지에 붓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이고 봄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입춘방을 통해 다복과 장수, 풍년과 평안을 빌었던 것이다.

인심 좋은 집안이나 문장께나 하는 집에서는 여러 장의 입춘방을 써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입춘방은 행복한 세상을 위한 공동체 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입춘방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입춘방을 붙이는 가정이 거의 없어지고 SNS나 모바일로 입춘 덕담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기도 하다.

입춘을 지나면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나물이 밥상에 오르게 되면서 봄의 정취는 점차 깊어지게 된다. 봄의 생명을 품은 이들 나물들은 향긋한 맛으로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새롭게 돋우면서 삶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그래서 봄에 나오는 나물은 진한 생명력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입춘을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아침저녁으로 영하 4~5도의 추위가 지속되고 있어 봄이 아직 멀어 보인다. 그래도 봄은 언젠가 우리 곁으로 찾아 올 것이다. 입춘에 모두 가슴을 펴고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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