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
칼럼-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3 13: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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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

정치는 난로와 같아서 너무 가까이 가면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춥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화상을 입는 것보다는 추운 쪽이 훨씬 낫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거리에 나가면 현수막들이 현란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좀 더 냉정을 찾았으면 한다. 그래서 좀 더 냉정을 찾으라는 뜻에서 몇 가지 교훈이 될 만한 글귀들을 소개한다.

정치인들이란 어디서나 다 똑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구소련 정치인 니키타 흐루쇼프의 말이다. 정치인은 자신이 하는 말을 절대 믿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자기 말을 믿으면 깜짝 놀란다. 전 프랑스 대통령 드골의 말이다. 간신배는 목숨을 걸지 않는다. 바로 그 목숨을 위해 나라를 버린다. 혁명가, 지사(志士)는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건다. 19세기 말 일본 무사들의 교훈이었다. 광우병이나 신종바이러스나 전자파 괴담은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결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쇠고기 너나 먹어라’거나 ‘사드 안전하면 네 집에다 갖다 놓아라’고 한다. 괴담에 그렇게 속고도 새 괴담이 나오면 또 우르르 몰려간다.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 화살은 빨리 날아온다. 그러나 복수는 더욱 빠르며, 가장 빨리 날아드는 것은 후회다. 페르시아 속담이다. 인간은 후회할 줄 아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은 후회하지 못한다. 후회할 짓을 안 하기도 힘들지만, 후회할 짓을 한 뒤 후회를 안 하기도 힘든 법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진짜 인내다. 다행히 하늘은 사람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내려주신다고 한다. 인생은 고릴라와 레슬링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신이 지쳤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릴라가 지쳐야 끝난다. 미국 배우 로버트 스트라우스가 한 말이다.

10월은 주식 투자를 하기엔 특별히 위험한 달 중 하나다. 다른 위험한 달은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다. 지금부터 20년 후에 너는 네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돛을 올려라.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멀리 항해하라. 돛에 한가득 무역풍을 실어라. 탐험하라. 꿈꾸어라. 발견하라.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인데 결국 주식투자를 하지 말 것이며, 미래를 향해 전진하라는 경고의 말이다. 당신의 돈을 두 배로 불리는 안전한 방법은 돈을 반으로 접어 당신의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미국 만화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프랭크 하버드가 한 말이다. 수백만 명을 학살한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정권의 지도자 폴 포트는 한때 독실한 승려였으며, 프랑스 유학 경력의 교사이자 공산주의 이상에 불타는 독립운동가 였다.

그가 자국민을 처참하게 학살한 명분은 썩은 사과는 상자 째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는 돛을 활짝 펴야 한다. 항구에만 머무르는 배는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일을 벌이다 실패하는 것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명언이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뭘 해도 어차피 빤한 인생’이라는 지레짐작과 자포자기에 사로잡힌 듯하다. 고도성장기가 이미 끝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계층의 사다리를 오르기 힘든 21세기 대한민국이다. 호연지기, 야망 같은 덕목은 교가 가사에나 남아 있는 유물이 돼버렸다. 그러나 내 인생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나다. 시대에 따라 어려움의 종류나 속성이 다를 뿐, 어느 시대도 살기 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혹시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마치 대신 짐을 져주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 떤다면 그건 위선을 넘어 사기에 해당한다. 위만 보면 아래가 안 보이고, 아래만 보면 앞이 안 보인다. 24세에 일본경제신문사에 입사해 편집국장과 사장을 거쳐 회장까지 올랐던 아라이 아키라(新井明)간 한 말이다.

나무는 먹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은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면 거룩해진다. 연못 속의 물을 말린 다음에 물고기를 잡으면 결코 잡지 못하는 일이 없지만 그 이듬해에는 결코 물고기가 없을 것이고, 숲을 불태워 사냥을 하면 짐승을 못 잡는 일이 없지만 그다음 해에는 또다시 짐승을 보지 못할 것이다. ‘사기(史記)’ 〈화식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하지도 않은 정치인들의 애매모호한 구호에 속지말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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