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게임 갈등, 함께 긍정적인 해결 접근법을 찾아보자
아침을 열며-게임 갈등, 함께 긍정적인 해결 접근법을 찾아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3 16: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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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게임 갈등, 함께 긍정적인 해결 접근법을 찾아보자

명절 부모님 댁으로 내려온 조카는 울음 범벅이 되어 있다. 아이는 게임을 더 하고 싶은데 못하게 막는 아빠가 원망스러운가 보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2시간여 시간 내내 게임 방송을 보고 왔단다.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된 스마트폰과의 게임 사랑이 언쟁을 시작한 모양이다.

컴퓨터가 나의 유일한 놀이 친구, 혹은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무작정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서로 맘이 상하지 않는 해결 방법은 없을까?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축된 IT 환경은 게임 문화도 바꾸고 있다. 오락실 게임에서 PC 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다양한 문화 매개자들의 역할로 게임 문화가 미디어 문화 속으로 온전히 자리매김했다. 프로게이머의 나라 한국은 e스포츠 강대국이 되었고, 입담 좋은 콘텐츠제작자는 ‘보는 게임’을 만들어 게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직 언어 구사 능력도 없는 두 살배기 꼬마 아이도 스마트폰을 안겨 주면 울던 울음도 멈추는 광경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무조건적인 제재 보다는 아이들과 못하게 하느라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는 서로 타협을 하면 어떨까 싶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지겹게 흐르지만 친구와 재미난 놀이를 하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지 않도록 시간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고, 부모와의 대화 창구를 마련하여 좋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권해 본다. 아이들만의 놀이 문화가 이미 형성되어 게임에 빠져 있는 우리 아이를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조건 못하게 야단만 치면 아이들은 어긋나게 되고, PC방이나 부모가 맞벌이인 친구네 집 등에서 몰래 숨어서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수도 있다.

한 달에 수백 편의 재미난 게임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이왕 하는 게임이라면 두뇌와 감성을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해 보게 하면 어떨까? 단순하게 죽이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 보다는 두뇌를 활용해서 문제나 퍼즐을 푸는 게임, 공간적인 방향 감각을 발휘하고 거리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거나 문자로 된 정보를 해독하여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들을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좋은 게임들도 많다.

단계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복잡한 인지적 규칙을 요구하고 자연의 질서 체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게임으로 말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어른들 중심으로 만들어져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MMORPG나 전쟁을 하는 듯한 FPS 게임은 자제시키는 것이 아이의 정서적, 신체적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 사용을 자제하기 힘든 아이들에게는 보드게임을 추천하고 싶다. 보드게임지도자 과정 수업에서 만난 분들은 자기 아이들을 위해서 보드게임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본인이 체계적으로 배워 좀 더 즐겁게 아이들과 놀기 위해서, 그리고 좋은 보드 게임들을 소개받아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라는 얘기를 듣고 수도권 학부모의 자식 사랑에 감탄했다. 부모와 같이 게임을 즐기는 동안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 모색이라든지 부모와의 생각 공유, 아이 관점에서의 이해 등 아이들 정서 발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게임 세계는 아무런 부담도 없고 자유로우며 한계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방향과 방법으로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공부는 결과를 얻는데 많은 시간을 걸려야 하지만, 게임은 쉽게 결과를 확인하고 보상을 받는 것에 묘미가 있다. 이것이 많은 이들을 즐기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추어 게임을 통해 교육과 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노력, 에듀테인먼트(education과 entertainment의 합성어)형 게임을 찾아서 부모와 같이 즐겨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 못하게만 하지 말고 이미 청소년들에게 자리 잡은 문화이니 긍정적인 접근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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