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감정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
아침을 열며-감정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6 15: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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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감정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

흔히 인간을 정의할 때 이성적 동물이기도 하고 감정적 동물이라고도 한다. 또한, 하기 쉬운 말로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도 한다. 그 말은 기분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통 이 말은 개인감정을 먼저 앞세우는 문구가 되는 바람에 지금까지 많은 문제와 상처와 아픔을 낳았다. 저 말을 나는 이렇게 바꾸고자 한다. 사람은 감정을 창조하는 위대한 영혼이다. 무엇을 정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 뇌에서 감정을 저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편도이다. 의지의 통제영역 바깥에서 이성을 조롱하며 순간의 변화를 즐기는 방자한 폭군인 감정은 살아가는 일을 힘들게 하는 가장 주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 뇌에서 결정하는 일을 한다. 생각, 손놀림, 표정, 판단 기타 등등이 모두 뇌에서 하는 일이다.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말은 자기 뇌의 주인이 된다는 말과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특히 경찰관이 상대하는 사람 중에는 감정에 질질 끌려다니며 감정의 종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감정의 종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을 믿지 못한다. 감정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늘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창조성 없는 이런 삶은 한마디로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할 힘을 얻을 수가 있을까 우선 관찰과 사색을 통해 감정의 원인을 직관함으로써 그 뿌리 자체를 의식에서 뽑아내어야 한다.

그리고 뇌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 감정에 떠밀리지 않는 힘을 키워야 한다.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많은 경우 현재 느끼는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실제로 인간의 감정은 과거의 한때 겪었던 감정이 뇌에 기억되어 있다가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이 기억되는 부위가 뇌의 편도이다. 편도에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온갖 감정들이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다. 머릿속에 입력된 지식은 쉽게 잊히지만, 편도에 한 번 기억된 감정은 여간해서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가령 어렸을 때 수치심을 크게 당한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감정을 잘 극복하지 못하며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노래를 못하기보다 그것이 노래냐고 말한 어른의 말 한마디로 망신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때 느낀 수치심이 편도에 저장되어 의식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편도에 어떤 감정이 입력되면 인간의 의식은 거기에 매여버려 스스로 그것을 되풀이함으로써 아예 세뇌를 시켜 버린다.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낸 상황은 이미 현실이 아닌 데도 과거의 감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정신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현병 환자들의 난폭성이 근원이 알고 보면 감정조절력의 부재나 약화로 일어난다고 할 수가 있다. 편도는 USB, 메모리 저장장치와 비슷하다. 좋은 감정이 녹화될 수가 있고 나쁜 감정이 녹화될 수가 있다.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먼저 편도에 녹음된 부정적인 감정을 지워야 한다. 지우지 않으면 평생 똑같은 감정의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삶에 절망하고 방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뇌세포에 각인된 감정의 흔적을 지우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감정이 자신의 실체가 아니라 뇌세포에 새겨진 잘못된 기억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감정을 생산해내는 관념의 틀을 보게 되면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감정의 근원 자리에 놓여있는 관념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식의 레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식의 레벨이 높아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머리는 정리될지 모르지만, 에너지가 달리면 가슴에서 소화가 되지 않아 마음이 괴롭다. 부자는 누군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비웃는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누군가 비웃기라도 한다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힘이 있는 사람은 겉으로 어떻게 보인다 한들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할 수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를 그 힘으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힘은 우리 속의 기운이 충만할 때 나온다. 천지로부터 말고 강한 기운을 받아들여 강해져야 한다. 천지의 기운을 받아들여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레벨이 높아질 때 진정 강해질 수가 있다. 감정이란 약한 사람에게는 넘을 수 없는 태산이지만 강한 사람에게는 발밑을 잘 살피기만 하면 되는 작은 돌부리에 불과하다. 천지로부터 뇌 속으로 맑고 밝으며 강한 기운을 곧바로 받아들여 의식의 레벨과 기운의 레벨을 동시에 높임으로써 감정의 원인을 통찰하고 감정을 다스릴 힘을 얻는 것이 바로 국학에서 말하는 뇌호흡이다. 감정의 주인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바로 단군 시대였다. 그때는 우리가 세상을 풍류와 인정, 사랑이 넘치는 지구촌을 만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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