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황교안 대표의 ‘명분 없는 버티기’
강남훈 칼럼-황교안 대표의 ‘명분 없는 버티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6 16: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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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황교안 대표의 ‘명분 없는 버티기’

‘이낙연 대 황교안’. 올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이들의 대결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우선, 이들이 지닌 화려한 경력이다. 지난달 14일 총리 임기를 마치고 6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한 이낙연 전 총리는 국회의원 4선 출신에다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지난달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 하겠다”고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 등을 지냈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대권주자라는 점에서도 이들의 ‘빅 매치’ 성사여부는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였고, 흥미와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빅 매치의 위험부담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승리하는 쪽은 향후 대권을 향해 승승장구하겠지만, 패배의 쓴잔을 마신 쪽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일까. 현재 각 당의 공천 흐름을 볼 때 이들의 맞대결은 점점 불투명해져 가고 있다. 민주당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으로 복귀한 이 전 총리는 당에서 제안한 공동선대위원장과 종로 출마(지난달 22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지난 2일 종로로 이사한 뒤 그 다음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선거사무소는 정세균 총리의 종로구 사무실을 이어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고려해 공식적인 일정은 자제하고 있지만 지역민들과의 접촉은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 황 대표다. 당초에는 그의 유력출마지로 서울 종로가 거론됐다. 당선여부를 떠나 당 대표로서 총대를 메고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당당히 겨루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 험지출마’를 선언한지 한 달이 넘도록 지역구를 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종로뿐 아니라 용산, 양천, 마포, 구로 등 서울의 다른 지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 전 총리는 종로에 진지를 이미 구축했다. 또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지난 4일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종로지역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는데다 이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 보수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타이밍’을 놓친 황 대표의 종로출마는 물 건너 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당 대표가 이런 ‘어정쩡한 행보’를 이어가다 보니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작업이 꼬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에 ‘정치 신인’을 차출한다는 설이다. 2012년 총선 때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지역구(부산 사상)에 27세 신인 손수조 후보를 내세웠던 걸 벤치마킹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 전 총리의 힘을 뺄 목적으로 젊은 신인이 등판하고, 황 대표는 자연스레 다른 지역을 선택하는 안이다. 여기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전희경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 대타카드도 검토되고 있고, 아예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출마지역에 대해 “당이 필요한 곳으로 가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 제 스케줄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 직후 “황 대표를 비롯한 대표급 주자들의 출마지를 일괄적으로 확정·발표 한다”고 했다. 한 공관위원은 “눈치 보면서 종로를 피하면 되겠나. 홍준표를 험지에 차출한다면서 그러면 설득이 되겠나?”고 비판했다. 정계 원로인 박찬종 변호사는 그의 유튜브 방송인 <박찬종 TV>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출마한다면 정계를 은퇴해야한다”고 일갈했다. 한 달 이상 계속된 황 대표의 ‘버티기 행보’는 명분(名分)과 실리(實利)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홍준표 전 대표 등 당내 중진들의 험지출마를 무슨 명분으로 종용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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