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구시화문(口是禍門)‘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이 재앙을 부르는 문이라는 말이다. 입을 가리켜 재앙의 문이라고 하는 것은 말의 역기능을 지적한 것이다. 스님들이 묵언수행은 침묵이라는 여과과정을 거쳐 오로지 ‘참말’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날마다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사람은 동물과 달라 생각하는 것을 입을 통해서 말을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써서 뺨 맞는 일은 없다.
우리가 하는 말 중에는 진실 된 말도 할 것이고 거짓된 말이나 나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를 이간질시키는 말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판단능력을 흐리게 하는 듣기에만 좋은 달콤한 말도 할 것이고 때로는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험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엉뚱한 말을 해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이 많으면 가정이나 사회 어느 집단이라도 좋은 점은 없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말이 많으면 실속이 없고 실천력이 부족하다고 봐도 좋다. 무슨 일든 실천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의 유형 중에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에 남의 허물을 비방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고 전에 자기의 일에만 열중하여 자기로서의 책임만 다한다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가 자존심을 거슬리게 하고 상대방의 가슴에 못이 박히게 되어 화가 나고 분을 참지 못해 그 말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된다. 칭찬이나 조언은 해주지 못할망정 굳이 좋지 않은 말을 해서 상대를 화나게 할 이유는 없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말을 하기 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해서는 안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 한해 말조심을 하고 좋은 말을 해서 입이 복을 부르게 되는 ‘구시복문(口是福門)’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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