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곳간에서 인심 나온다
시론-곳간에서 인심 나온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09 15: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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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곳간에서 인심 나온다

세상에는 미래를 위해 곳간을 채우려는 사람과 당장 곳간을 헐어 나눠주려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간단히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를 신봉하고 후자는 사회주의를 따른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먹고 살만한 정도가 되어야 인심도 쓸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미국 뉴욕대학 심리학자들이 실험한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동정심이 더 많다는 것으로 우리 속담과 다소 거리가 있다. 단순한 동정심과 인심은 사실 다르다. 동정심은 생각이고 인심은 행동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곳간에서도 국가의 인심이 나온다. 2018년 잠정 집계된 UN 해외개발원조(ODA)기구에 출연 규모는 1,530억 달러로 약 160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미국이 단연 1위다. 독일이 2위이고 한국은 15위다. 우리나라도 곳간을 가난한 나라에 원조해준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선진국의 평균출연금액은 국민소득(GNI)기준 0.31%인데, 우리나라는 0.15% 로 선진국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의 나라를 도우는 것은 동점심이 아니라 돈이 있어야(곳간이 채워져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곳간을 채우는 돈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나온다. 정부의 사업으로 채우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의 살림살이 증가는 이명박 정부 때에 연평균 5.9% 였고, 박근혜 정부는 4.0%였다. 문재인 정부는 3년 평균이 8.6%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이 대폭 증가한다면 모르되 지난해 경우 경제성장률이 2%를 간신히 채운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빚내어 남을 돕는 난센스는 없어야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언제나 진실을 이야기 해야한다. 나라 살림을 적자재정으로 몰고 가는 것보다 거짓말 하는 정부는 더 나쁘다. 대통령은 2019년 경제성장률 겨우 2% 턱걸이했는데 경제가 좋아졌다고 자랑이다. 취업자수가 30만 명이 늘었다지만, 정부재정을 퍼부어 아르바이트성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는 37만 명 늘었고 30~40대는 21만 명 이상이 줄었다. 영세 가게는 문닫는 곳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만 바라보는 서민은 늘어나고 있다.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나라 중에 잘된 나라가 없다. 가끔 스웨덴이 있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나라는 복지는 늘렸지만 철저한 자본주의를 따른다. 곳간을 늘린 뒤에 복지를 늘리는 합리적 선택이다.

지난 69년. 리비아 카다피 대위는 군사혁명을 일으켰다. 혁명군이 당도했을 때에도 군 지휘관들은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금주를 하는 이슬람국가로 회귀하는 데, 초기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당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해안은 북아프리카 최대의 환락가였기에 국민들의 신망을 잃고 있었는지 모른다.

79년. 혁명 10주기에 필자는 그 곳에 있었다. 북한식 인민위원회를 만들었고 동 위원회에서 대의원을 뽑아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수상을 뽑았다. 카다피는 혁명리더로 사실상의 영구집권의 틀을 만들었다. 이 10주기에 발표한 정책들이 그가 꿈꾸던 사회주의 실험이었다. 그 기조는 폭탄선언이 있었다.

“지금부터 모든 사람이 사는 집은 사는 사람의 집이다. 모든 택시나 트럭 등 운전자가 운행하는 자동차는 자기 것이다. 모든 은행의 예금은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인출할 수 있다. 모든 기업은 인민위원회가 인수 운영한다”

개인 기업은 사라지고, 집들은 사는 사람의 소유가 되었고,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니, 문을 부수고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되었다. 큰 부자들은 혁명위원회가 침입하여 귀금속 등을 꺼내놓고 정당한 돈으로 샀는지 인민재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막대한 석유수입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나라로 변했고, 카다피는 권자에서 쫓겨나 하수구속에 숨었다가 처참하게 살해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근래에는 베네수엘라가 이를 따르고 있는 것 같은데, 최하층민은 가난에 익숙해 있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살아가니 이런 정부에 표를 던지는 우민이 되었다. 고무신에 투표인격을 팔았던 우리나라 60년대에도 몰표를 주지는 않았다. 지금 베네수엘라에는 식품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생지옥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니 더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눈앞의 달콤함에 빠져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자원 부국인 리비아나 베네수엘라의 패망의 길로 따라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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