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마스크(MASK)2001년 1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상영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무대의 스케일, 드라마틱한 구성, 그리고 음악, 타이틀 곡
어제는 미국 영화배우 짐 캐리의 표정연기와 카메론 디아즈의 리즈 시절이 잘 나오는 영화 <마스크>를 보았다. 마스크만 쓰면 또 다른 능력과 자아가 나오는 주인공, 우연히 얻게 된 신비의 마스크를 쓰자마자 소심하고 착하고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은 백팔십도 변해서 자신을 골탕 먹이고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인간들을 찾아가 혼쭐을 낸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까지 차지하는 이야기라니!
어느 날부터 대한민국은 마스크 세상이다. 얼굴이 일그러지지도 않고 모두 소심하여 자신을 나타내지 못하는 내성적인 사람만 사는 것도 아닌데 마스크를 써야만 삶이 영위되는 이들로 가득하다. 미세먼지 그리고 이제는 신종코로나, 독감바이러스 등등 코와 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무엇이 그토록 우리는 두려운가? 메르스사태를 겪고 나서 감염, 전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복기가 되어 사람들이 두려워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3-4년에 한번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지구의 바이러스사태, 매번 이런 호들갑으로 온 국민이 일시에 숨죽이듯 가라앉고 공포에 눌려 서로를 의심하고 그러면서 살아간다는 게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남부의 대도시에 사는 확진환자 누구의 이야기가 실시간 TV 뉴스로 장식된다. 그녀의 사생활이 유출되어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고 하면서 도리어 그녀의 사생활이 유출된다. 사람들은 예방을 해야 하니 오히려 그녀가 누군지 알려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할지도 모르는, 위해한 것도 아니고 그사람 또한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확진환자들에 대한 혐오도 장난이 아니다. 누가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만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마스크 값은 우리를 희롱한다.
어려운 순간,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된다. 우스갯소리 하나 하자면 21세기가 오기 전 한 종교단체에서 ‘휴거’니 ‘부활’이니 해서 2000년이 오기 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떠든 적이 있다. 내가 아는 한 시골마을에서도 난리가 났던 모양인데 백 여 가구 안 되는 곳에서 대부분 그 교회를 다녔던 모양, 그런데 한 할머니가 믿지 않자 다른 할머니가 논에서 일하며 밥을 먹다가 혀를 끌끌 차며 형님 때문에 걱정이라고 “예수 안 믿으믄 형님 죽을 텐디 어쩌냐” 며 진심 걱정하더란다. 믿지 않던 할머니 왈 “고마, 내는 죽어삐리는 게 낫지, 그 많은 시체를 우예 치우노?”라고 했다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낄낄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함께 살지 않는 지구는 의미가 없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무시무시한 ‘사망’관력 소식은 중국발이다. 중국의 의학 환경과 우리는 다르다. 조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호들갑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의 처음과 끝이 코로 시작해 코로 끝나고 있다. 가면이 필요한 시대는 분명 불우한 시대다. 빨아서 써도 된다고 하니 마스크 목매지 말자. 바이러스 전염보다 공포와 혐오의 전염이 더 무섭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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