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미쳤나?
진주성-미쳤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0 15:4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미쳤나?

2004년 LG그룹 계열사 직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다니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둔다며 아내와 어머니는 뭘 잘 못 먹은 건 아니냐고 화를 내었다.

퇴사 후 작은 레스토랑을 시작하려 했지만 아내의 갑작스런 병으로 보험 영업을 하면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들고 다니며 영업을 하니 동료들이 무겁고 힘든 일을 골라 하냐고 걱정을 했었다.

보험영업하면서 카페창업 준비한답시고 커피 볶는 것을 배우고 되지도 않을 곳에 땅을 매입을 하니 또 다시 주변에선 제발 미친 짓 좀 그만하라고 뜯어말렸다.

커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십 년 전인 2010년도에 서울을 일주일에 서버번씩 다니며 와인과정과 커피 관련 자격증 공부하러 다니니 공부해서 ‘뭐 할꺼냐~!’며 매장에 붙어있기를 원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 관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50살이 된 지금 경남도민체전 진주시 태권도 선발전에 나간다고 하니 다들 ‘뼈 붙지 않는다’, ‘정신 차려라!’라고 한 마디씩 던진다.

지난 학창시절과 오늘의 소중한 카페를 운영하면서 돌이켜 보면 ‘미쳤나?’, ‘미쳤구나!’ 라는 소리를 많이들은 것 같다.

나이 마흔에서 쉰 살이 되기까지 시간은 나만의 삶이 없었던 것 같고 너무나 빨리 시간이 흘러간 듯하다.

대나무 마디 마냥 이룰 수 있는 것들이 많음에도 10년의 공백은 아이들과 가게에만 집중하여 백지장처럼 나를 채울 것들이 없었다.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은 같은 일들의 반복이 습관적으로 행해질 때 그 일들이 무의미한 존재감 없는 하루가 되는 것이라고 한 적 있었다. 존재감 없는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의미 없는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은 흘렀다 생각을 한다.

미쳤다는 것은 마치 노병의 가슴에 박힌 훈장과도 같이 무의미한 삶을 목적과 꿈을 향해 쫓아가는 늙지 않는 삶이며 미쳤다는 말을 듣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일이다.

‘작년에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을 때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면서 삶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2020년에는 나의 인생에서 어떤 나이태의 훈장 같은 것을 남길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