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12)-‘육남매 농장’ 이용기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12)-‘육남매 농장’ 이용기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20.02.10 17:19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친환경 가지 재배”
진주시 미천면에서 시설가지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6남매 농장’ 이용기 대표.
진주시 미천면에서 시설가지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6남매 농장’ 이용기 대표.

아버지 농장 이어받아 9년차…친환경 고집

7남매의 아버지로 가족들과 6차 산업 연구
2017년 강소농대전서 농촌진흥청장상 수상
온새미로 농법·유기농…건강 먹거리 제공

진주시 미천면에서 친환경 무농약으로 가지 농사를 짓고 있는 이용식(54) 씨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경기도 급식센터에 공급해 경남의 친환경 농산물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7남매를 슬하에 둔 다자녀 가정으로, 자녀들에게 영농을 통한 농촌의 소중함을 몸소 가르치고 있다. 직거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타 농가에도 소득증대의 성공사례를 전파하는 우수 강소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남 진주시 미천면 시설하우스에서 친환경으로 ‘가지’ 농사를 짓고 있는 7남매 아버지 이용기입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던 농장을 저와 처가 9년 전에 내려와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사 규모는 연동 시설하우스 2000평과 단동 시설하우스 600평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동 시설하우스에서는 가지를 재배하고, 단동 시설하우스에서는 감자나 기타 간단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친환경으로 가지농사를 짓는다고 하셨는데 어떤 인증인가요. 그리고 생산된 가지는 어떻게 판매하고 있나요
▲친환경인증은 무농약 이구요. 농장에서 생산한 가지는 3년 전부터 생산량의 대부분을 서울·경기지역 급식센터로 들어가고 있으며 일부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용기 대표는 친환경 농법으로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가지 생산량이 낮지만 판매 시 가격에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총 소득은 비슷하다고 한다.
이용기 대표는 친환경 농법으로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가지 생산량이 낮지만 판매 시 가격에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총 소득은 비슷하다고 한다.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께서 평생 농사를 지어오셨는데, 연세가 들고 연로하시다 보니 농사를 이어받을 사람도 필요했습니다. 또 제가 아이들 일곱을 두고 있는데, 시내에서 월급 생활만으로 아이들을 모두 키우기가 힘들어서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귀농한지가 9년차인데, 가지농사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건축부터 손해보험 대리점까지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건축일은 거의 30년 가까이 했네요. 그러다 보니 그때 만났던 많은 분들이 지금은 저의 단골이 되셨지요. 제가 농산물 직거래를 적지 않게 하는데, 그분들이 좋은 고객이 되어 주셨고, 주변의 지인 분들도 많이 소개해 주고 계십니다.

-주변 지인 분들을 통해 직거래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는 직거래로 농산물을 구매하시는 분들께 ‘저희 가지를 구입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손 편지를 꼭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손 편지를 받으시는 분 들 중에서 몇몇 분이 ‘정말 맛있는 가지를 먹었다’고 답장을 주실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너무나도 보람을 느끼고 힘도 나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7남매의 자녀를 둔 이용기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6차 산업 등을 연구하고 있다.
7남매의 자녀를 둔 이용기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6차 산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농장을 검색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검색창에 ‘육남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검색하면 친환경 가지가 나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늘어나서 7남매인데 블로그 제목을 아직 못 바꾸고 있습니다. 조만간 블로그 제목도 바꿔야 합니다. 아이가 7명에 저하고 아내까지 합하면 9식구라서 ‘아홉 식구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바꿀까하고 생각중입니다.

-가지농사는 1년 중 언제쯤 시작해서 끝이 나는가요. 그리고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요
▲1년에 약 10개월간 농사에 매달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 8월에 모종을 심었다면 내년 6월까지 수확합니다. 저는 가지만 주력으로 하고 있으므로 가지 열매 수확을 마치고 나면, 약 한달 가량은 땅심을 키우기 위해 토양관리를 하고, 다시 가지농사를 짓습니다.

여름에는 새벽 5시, 겨울에는 아침 7시경에 하우스에 나와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햇볕이 뜨거운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고, 겨울철에는 작업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약간 어두워도 작업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조시간에 맞추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언제였나요
▲친환경 농사를 짓다보면 이웃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줍니다. 이웃 농가에서는 농약을 사용하는데 저희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하우스와 하우스 사이에 잡풀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러다보니 그곳에 벌레들이 모이게 됩니다. 벌레가 그곳에 모이면 우리 하우스에 유리한 면들이 많은데요. 하우스 안으로 들어올 벌레들이 하우스로 오지 않고, 하우스 바깥에 잡풀이 있는 곳에 주로 머물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주변 농가에서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친환경을 할 때 부모님한테 “미친 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다른 농가에서는 출하하는 농산물이 차 한 대에 가득 싣고 가는데, 우리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하다 보니 생산량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가격에서 보상을 받기 때문에 결국에는 관행농사하시는 분들과 거의 비슷하게 소득이 올라오게 됩니다. 생산량에서는 불리하지만 대신 가격에서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일곱 남매를 키우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소득이 있어야 할 텐데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서울·경기 급식으로 많은 양의 가지가 출하되고 있지만,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와 농업인이 만족할 가격으로 소득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지 즙을 짜서 전국으로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가지는 뿌리에서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는 훌륭한 약초이기 때문에 가지의 잎과 뿌리도 활용할 수 있는 6차 산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농업 6차 산업은 집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딸 아이가 그림을 전공해서 디자인을 하면 될 것 같고, 장남은 회계를 전공했고, 셋째는 농사를 함께 하겠다고 합니다. 가족형으로 6차 산업과 연계하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강소농 전국대전에서 ‘난타공연’ 재능기부 모습.
지난 2017년 강소농 전국대전에서 ‘난타공연’ 재능기부 모습.

-수상경력이 있다면
▲지난 2017년에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강소농대전에서 우수강소농으로 선정되어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습니다. 강소농을 시작한 지 6년이 되었고 ‘진주시 강소농 자율모임체 어깨동무’ 회장을 맡고 열심히 강소농 활동을 하다 보니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모임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각 농부님들의 생각이 확고부동하다보니 적지 않은 분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서로 이해하고 해서 아주 좋은 모임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2017년 강소농대전에서 우리 가족들 중심으로 난타공연을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우리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를 표할 곳이나 선후배 동료가 있다면
▲밀양에서 가지농사를 짓고 계시는 농부 한분이 계십니다. 제가 가지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그분을 만나 가지농사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가지농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그분께 상의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사를 하면서, 한 뿌리로 3년을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 보았습니다. 약간의 보완해야 할 점들도 있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지금도 밀양에서 도와주시는 그분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민간전문가로 활동 중이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컨설팅해 주시는 분들이라 농장 운영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후배 귀농인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무작정 귀농을 하지 마시고, 귀농 전에 농업에 대한 상식을 배우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요즈음 농업의 구조상 농업 시설투자 대비 농산물의 가격이 약하기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어느 정도 생산량이 되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되는데, 돈을 빌려서 시작하게 되면 많은 분들이 상당히 힘들어 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지금의 농업은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물의 판로까지 확인하거나 확보한 후에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다양하고 심도 있는 학습, 교류와 소통도 하면서 정보도 서로 주고받아야 좋은 결과가 나와집니다.
지금의 농업은 경영 마인드 없이는 힘듭니다. 농가들, 즉 생산물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귀농을 하실 것을 권합니다.

-농사짓는 신념을 짧게 말씀하신다면
▲항상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가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다른 분들께 권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환경이 너무 불안하다 보니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우리 농장의 농법은 온새미로 농법입니다. 온새미로 농법은 자연에서 나온 산물들을 이용한 병해충을 방제 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면 매실이나 은행 등을 이용해서 만든 약제로 병해충을 방제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자연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자재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만간 메리골드도 심어야 하고, 친환경 농사를 위해 준비하는 것들로도 많이 바쁩니다. 우리 농장에서는 방제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살충제를 뿌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제 뒤를 따라다니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 아이들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농장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농사짓는 농부입니다. 황원식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